[[[ 경제전망과 예산편성 I ]]]

박종규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예산규모 결정의 근거가 되는 세수추계는 경제전망에 기초한다.

따라서 정부가 균형예산을 달성하고자 했더라도 경제전망치가 실적치를
적중시키지 못하면 예상밖의 재정적자나 재정흑자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예산편성 시점에서 이용가능한 데이터는 대부분 그해 1.4분기
실적치밖에 없다.

때문에 당해연도의 경기가 연말까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전망하기도
어렵거니와 다음해 거시경제를 예측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거시모형이 아무리 정교해도 엔.달러 환율등과 같이 우리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외생변수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전망기관들도 새로운 실적치가 발표될 때마다
수정전망을 내놓고 있음을 볼수있다.

결국 경제전망이나 세수추계는 이용가능한 정보의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정확히 미래상황을 예측해 보았다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또 예산편성시에는 부정확하나마 이러한 자료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로는 예산편성시 사용했던 전망치와 실제결과가 큰 차이가 있음이
지적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전망과 세수추계가 정확해지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번 국회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작년도 세계잉여금이
2조여원으로 늘어난 것이 재정운용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조세저항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재정지출규모가 정해져 있을 경우 호경기에는 세수가 활발해
재정흑자가 나고 불경기에는 세수가 부진해 재정적자가 나는 것이 바로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이다.

경기조절 측면에서 보았을때 작년같은 경우 세계잉여금이 커진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이다.

실제로 94년의 재정운용은 경기중립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만약 세계잉여금의 규모가 2조여원보다 작았더라면 재정으로부터의
물가상승압력이 나타났을 것이다.

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재정은 경기가 좋은 해에 팽창적이고 경기가
나쁜 해에 긴축적인, 소위 경기동행적으로 운용됐던 경우가 그렇지 않았던
경우보다 많았다.

특히 90년부터 93년까지는 4년연속 그러했다가 94년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관행에서 탈피했던 것이다.

경기에따라 재정수지가 변하고 나아가 세계잉여금의 규모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주어진 규정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라면 호경기에 많이
내게됐다고 해서 반드시 조세저항 심리가 자극된다고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