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대외의존도 특히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나라도 드믈
것이다.

외교 국방 문화뿐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국제수지는 몇 십년간 계속 적자라서 외국자본신세를 아직도 지고 있으며
시장 기술 천연자원 부품 자본재등 자립도가 시원찮은 분야를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발전단계 초기에 우리가 부족한 것을 값싼 외국에 크게 의존해서 조달
하는 전략은 세계경제가 한참 안정적으로 성장할 때는 매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우리정도의 덩치가 되고 새로운 질서구축과정에서 주변 정세가
흔들거리면 큰 노출에 따른 위험성 때문에 잃을게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

만약 우리가 독보적인 존재가 되고 싶으면 상대방이 꼼짝 못할 만큼의
"핵심적인 그 무엇"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 대외 의존하면서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
하면 바로 문어발이다.

재벌의 문어발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어발"을 키우자는 것이다.

어느 특정 지역에 치중하지 않고 각 지역별로 골고루 의존한다는건
우리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시장에만 잔뜩 의존하고 일본공급선에만 크게 의존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여기저기 밸런스를 맞춰가며 위험성이 적은 시장에는
많이 의존하고 위험성이 높은 시장에는 적게 의존하는 식으로 분산할 줄
알아야 된다.

수출입 상품구성이나 해외투자 기술도입 외국투자유치 대외활동에서도
다 그래야 한다.

그리고 뭔가 이중적이고도 다원적인 네트워크로 외교를 펴나가는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문어발전략을 구사하려면 우리사회내부의 상호관계가
달라지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렬종대 또는 수직구조로는 대외적 다각화를 수행할 수 없다.

우리끼리 전문분업화하면서 한덩어리로서 서로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노력이 더욱 요청된다.

각자는 전문화하면서도 전체로선 체계적인 역할을 하려면 하나의 신경
계통(지휘본부)을 가져야 할텐데 무슨 가치관을 내세울 것인가?

"다양성의 포용" "전문가의 존중"그리고 "약속의 고수"가 아닐까.

최근 우리사회 행태를 보면 실망스런 정도가 심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