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하반기 취업전선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양극화현상"이다.

전반적으로 볼때 기업들이 신규채용인원을 늘릴 계획이긴 하나 업종별로는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있다.

최고의 호황기를 맞고있는 전자와 같이 기업들이 입도선매에 나설 정도로
인력부족현상을 보이고있는 업종이 있는가하면 면방 직물 신발등과 같이
결원을 충원하는 선에서 신규채용을 계획하는 업종도 있다.

입사지원자들의 입장에서는 이공계의 취업문이 비교적 넓은데 비해
인문계의 문은 좁은 편이다.

기업들이 산업구조조정 리엔지니어링등을 추진하면서 관리부문의 슬림화에
나서고있기 때문이다.

연구인력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않되 인문계 자리인 지원부서는 최소화
하겠다는 기업들의 전략이다.

채용인원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국제화 세계화의 조류를 반영해
어문계열, 그중에서도 특히 특수지역 외국어 전공자들의 수요가 서서히
늘고있다는 점도 취업전선에 나타나고있는 새로운 특징의 하나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의 취업문이 가장 넓다.

현재 사상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다 멀티미디어등 새로 개척해야할
영역 또한 넓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인력확보에 나서고 있다.

각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부쩍 활발해 지고 있는 것도 취업전선에 밝은
빛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에 6,163억원을 투자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연구개발비를
7,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인력도 작년의 9,700명에서 올해는 1만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도 올해 연구개발예산을 지난해 보다 25%늘리는 한편 인력도
지난해의 5,000명에서 올해 5,3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대전자도 연구개발 인력을 지난해의 2,500명에서 올해 4,000명선으로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대우전자의 경우 멀티미디어부문을 중심으로 석.박사급 고급연구인력
70명을 새로 채용하는 것을 비롯 연구개발인력도 지난해의 1,700명에서
연말까지 2,000명선으로 늘릴 방침이다.

전기.전자 정보통신업계는 관련학과 전공자 이외도 외국어 능통자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 첨단업종의 수출이 증가되면서 전문지식과 어학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전기.전자업종 못지않게 쾌청한 날씨를 보이는 분야가 자동차.기계업종
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 기아 쌍용 대우등 자동차
업계의 하반기 투자액은 모두 2조2,148억원이다.

이는 올 상반기보다 30.1%,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0%가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은 채용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초설비라는 "하드웨어"의 증가에 비해 "소프트웨어"인 인력의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때문이다.

특히 삼성자동차의 진출과 경쟁사의 설비증설로 인해 많은 인력채용이
예상된다.

기계업종도 하반기 전망이 밝다.

이 업종은 오히려 수출이 타격을 입을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을 정도다.

엔화강세와 국내경기 호황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40% 정도의
매출신장을 달성한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삼성 현대중공업등 기계업체들도
이같은 매출신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국내외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어 채용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의 경우 회사규모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건설에 나설 정도로 규모가 큰 업체는
모집인원을 늘릴 계획이나 아파트건설을 전문으로하는 중소업체는 결원을
충원하는 정도다.

아파트미분양등으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철강 유화업체들의 신입사원 채용규모도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종의 성장성은 전자등에 비해 떨어지나 대단위 투자를 계획하는 업체가
많아 그에 따른 인력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

철강의 경우 포철 인천제철 한보철강 동부제강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모두 수천~수조원이 소요되는 설비확장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공 럭키등이 국내외 설비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유화도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의 신규모집도 늘어난다.

내년으로 다가온 유통시장 개방과 대기업그룹의 잇단 유통업진출로
머천다이저등 유통전문인력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같은 호황업종이 있는가 하면 면방 직물 신발등과 같은 업종의 하반기
채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면방은 최근 계속되는 원화절상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해외바이어들의 주문이 크게 감소,하반기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업체들이 설비의 해외이전을 계획하고 있어 국내인력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식음료업계는 최근 원자재가격 폭등, 인건비및 유통비의 증가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으나 각업체의 사업다각화, 다시말해서 다른분야로의
신규진출로 신규채용인원은 예년보다 조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올하반기에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선발할 계획이다.

금융 보험 증권도 예년 수준이다.

업종의 성격이 다소 보수적이어서 급속한 사업영역 확장을 하지않는데다
성장속도도 제조업처럼 그렇게 빠르지않아 신규인력수요가 한꺼번에 늘지
않아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특히 증권의 경우엔 현재는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으나 그간의 시련이
워낙 커 신규인력채용에 적극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