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올해초부터 한국노동교육원과 함께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노사협력캠페인이 업계와 노동계의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있다.

"노사,새지평을 열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전개해온 노사협력캠페인은
지난 5월 노총이 경총과 함께 공식후원기관을 선언함으로써 노동상급단체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고있다.

박종근노총위원장은 "앞으로 노동운동의 방향은 국민이 납득할수있고
노동계가 국민경제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자리잡을수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노사협력캠페인은 이같은 인식의 전환을 앞당기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것"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동찬 경총회장도 "이제 기업들도 많이 변했다"며 "동전의 앞뒷면격인
경쟁력향상과 노사협력을 동시에 달성하기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들어 산업현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2,400여개의 사업장이 노사화합
행사를 가졌다는 점이다.

노조가 조직된 국내사업장이 7,000여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숫자가
아닐수없다.

업종도 전기 전자 조선 섬유 철강등 제조업뿐만 아니라 운수업 건설업
사회서비스업 금융.보험업등 전업종을 망라하고있다.

이같은 양상은 노사협력캠페인이 펼쳐지면서 노사협력과 경쟁력향상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있다.

태평양 수원공장의 김성태노조지부장은 "노사협력을 통해 무한경쟁시대의
높은 파고를 넘는데는 노와 사가 따로일 수 없다.

과거 대립구도의 노사관계는 급속한 산업경제의 발전속에서 배태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경제기조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정치사회적으로
민주적 제도가 자리잡은 현시점에서는 구시대의 유물일수밖에 없다"고
단정한다.

이제 아무도 이들 사업장의 움직임을 "어용"으로 보거나 비뚤어진 시각
으로 해석하지않는다.

오히려 산업현장의 "대전환"을 앞당기는 선도적인 사업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주)미원의 김양수방학동 공장장은 "노사는 앞으로 할 일이 많다.

경쟁력과 기업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근로생활의 질과 복지수준도 높여야
한다.

그러나 대립과 투쟁이 잔존하는 사업장은 많은 일을 해낼수가 없다"고
자신있게 설명한다.

수많은 업체들이 노사화합행사를 치르면서 화제도 많았다.

우선 행사의 대형화와 지역화를 꼽을수 있다.

3월중순 인천지역 노사화합행사로 촉발된 지역별 노사화합행사는 지금까지
서울 원주 춘천 강릉 구미 목포 안산등지에서 열렸다.

특히 6월중순께 전주에서 160여개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전북도단위의
대규모 노사화합행사가 열려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또 4월말 동부그룹산하 9개 계열사의 "동부한가족 한마음 결의대회"를
필두로 현대그룹의 "산업평화의 불"이 계열사들에 릴레이방식으로 전달되는
등 대기업 그룹차원에서도 노사협력을 위한 대형이벤트가 마련됐다.

6월2일에는 업종별로 처음으로 섬유업계가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지난3월말 노.경총의 산업평화공동선언과 "산업평화정착 추진협의회"
구성도 노사협력에 대한 상급단체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현장조직에도 "무언가 달라져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해마다 장기분규로 홍역을 앓아온 현대중공업이 87년이후 처음으로
무분규로 임금을 타결했다.

"무교섭" 임.단협타결도 20여개 사업장에 달했다.

이에따라 올들어 발생한 노사분규는 9월말현재 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1건보다 23.8% 줄어들었다.

이기간중 분규참가자수도 지난해 9만8,000여명보다 50%가량 감소한 4만
9,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변화의 움직임을 협력적 노사관계로 유도하기위한 다양한 사업이
전개됐다.

우선 "대립에서 공존으로"라는 주제로 20회에 걸쳐 연재된 기획시리즈물을
소책자로 묶어 전국사업장에 2,500부를 배포했다.

신재면노사협력센터 소장은 "현장의 협력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전국 단위
사업장으로부터 연재물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처럼 반응이 좋을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

또 4월중순부터 캠페인 로고와 마크가 새겨진 스티커 14만5,000장과
포스터 3만9,000장이 전국100인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뿌려졌다.

서울시내버스 7,500대와 회사택시 1만5,000대가 스티커를 부착하고 시민
들에게 캠페인을 알리는 첨병역할을 하고있다.

9월중순께부터 서울시내 개인택시 4만여대도 스티커를 부착했다.

D운수 택시기사 김인무씨(32)는 "노사협력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높다"며 "이번 캠페인이 소중한 결실을 거두어 더이상 악성
노사분규가 발생하지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하철 230개역에도 포스터와 표어가 나붙었다.

5월초에는 "노사는 한가족 손잡고 세계로"의 문구가 새겨진 우편엽서
60만장이 전국 6대도시에서 발매됐다.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정 간담회나 심포지엄도 자주 열어
기업내 협력제도 관행과 노동정책등 포괄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또 노사협력기금조성을 위해 4월12일부터 평화은행과 한일은행에서 판매
되고 있는 "노사협력 공익신탁"은 9월말 현재 무려 1만1,353계좌에 1,400억
여원의 수탁고를 기록했다.

이와함께 9월18일 인천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6대도시에서 열리고있는
노사지도자 연찬회는 최고경영자와 기업내 노사대표들이 대거 참석, 노사
협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강의와 교육, 참여프로그램이 절묘하게 조화된 노사지도자 연찬회는
양질의 내용과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미래경영전략의 비전이 제시됨으로써
더욱 인기를 끌고있다.

이처럼 노사협력캠페인은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노사관계를 보다
한차원높은 미래지향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기위한 견인차역할을
하고있다.

앞으로 가장 역점을 쏟아야할 분야는 협력기법의 보급이다.

캠페인팀은 노동교육원 노사협력센터와 공동으로 전국적으로 100여개의
노사관계 모범사업장을 선정, 그들의 협력기법을 체계화함으로써 내년
상반기중 보급에 나설 방침이다.

또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수용, 대안있는 비판을 근거로 합리적인
협력의 틀을 제시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정서에 부합되고 참여를 유도할수
있는 다양한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