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비슷한 소득수준의 다른 나라에 비해 전력
통신분야에서는 절대우위에 있지만 도로 용수공급 등 분야에서는 평균이하의
수준에 있습니다"

세계은행사회간접자본연구팀장 그레고리 인그램(Gregory K Ingram)박사는
한국내의 원활한 물류흐름을 위해 우선적으로 도로건설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회간접자본은 한 국가의 현대화, 생산의 다변화, 국제경쟁
및 소득증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양적인 증가와 효율성제고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간접자본의 양적인 증가는 막대한 투자재원이 조달돼야 하는
만큼 투자재원 확보방안이 확고해야 한다"며 "외자도입에만 매달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로 국내자본으로 조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인그램박사는 국내자본으로 투자할 경우 민간자본을 가능한한 많이 유치
하는 것이 좋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투자
유도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방안으로 통행료의 현실화를 통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든가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준다든가 하는 것을
들었다.

"사회간접자본의 효율성증대를 위해서는 운영면에서 기업의 경영기법과
시장경쟁원리의 도입을 확대하는 한편 계획 및 운영단계에서 사용자 즉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인그램박사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이 지난 30년간 추진한 사회간접자본투자는 인상적이긴 하지만
교통부문에서의 투자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 현재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항만 공항개발 등도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생활과 물류흐름에 가장 민감
하게 작용하는 교통부문에의 투자는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민간참여를 끌어들이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프로젝트를 실현해 나가는 동반자적 관계설정도 무엇보다 중요
하다는 것이다.

"도시외의 비도시지역에 대한 투자는 공공분야의 몫이 될 것이지만 지방
자치제도가 실시된 만큼 지방정부의 역할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는 따라서 SOC투자결정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긴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간접자본투자에서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공영기업설립 민간위탁
경영 민간회사설립 등의 변화도 한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이는 경제개발 및 국민복리증진이라는 양면에서 사회간접자본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정책입안자 및 사회간접자본운영주체들도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절감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사는 구체적으로 수송망의 경우 도로밀도가 낮아 물류흐름의 장애가
되는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연구에 의하면 71~92년 사이에 한국의 화물물동량은 13배나
증가한 반면 수송망은 단지 5배 늘어나는데 그쳐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객수송의 경우도 같은 기간동안 수송량은 7배 증가했으나 한사람당
수송망은 5.5배 늘어 여객수송망이 부족함을 드러냈다고 부연했다.

인그램박사는 "이런 점에서 볼때 경부고속철도와 같은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은 적절하다"며 "빠른 운행을 위해 가급적 정차역을 줄여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사회간접자본의 1% 증가는 평균적으로 1인당국민총생산(GDP)의
1% 증가로 나타난다"며 "1인당 GDP가 1% 증가하면 인구 1인당 포장도로부문
에서는 0.8%, 전력부문에서는 1.5%, 통신부문에서는 1.7%의 증가를 필요로
하는 만큼 1만달러시대를 앞둔 한국의 투자는 절실하다"고 결론지었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