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과 정보화사회의 도래등이 외부에서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이라면
가격파괴의 물결은 유통업계 내부에서 싹이 튼 신조류로 볼수 있다.

디스카운트스토어 회원제창고형할인점(MWC)등 서구형 할인신업태의 유통
업체들이 가격파괴돌풍의 주역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의 적자생존을 겨냥해 백화점 슈퍼등 기존업태의
틈을 비집고 태동한 할인신업태는 국내유통시장에서 아직 도입초기임에도
불구, 영향권을 급속도로 넓혀가며 업계판도변화의 핵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디스카운트스토어 E마트창동점의 오픈(93년11월)
을 계기로 본격화된 가격파괴바람의 위력은 그동안 유통업계안팎과
소비자들이 보인 반응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E마트의 경우 지난해9월 일산점, 금년7월 안산점을 연데 이어 인천갈산점이
이달말 개점을 목표로 막바지공사를 진행중이며 오픈한 점포마다 매출이
급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MWC로 국내시장에서 지난해 10월7일 첫선을 보인 프라이스클럽은 매장면적
이 2천7백50평으로 웬만한 소형백화점의 크기에도 못미치지만 개점후 1년간
매출이 무려 약1천3백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오는 2002년까지 1백개의 E마트와 10개의 프라이스클럽점포를
열고 이들점포, 즉 할인신업태에서만 3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정상적인 상품을 적어도 30%이상 할인한 "파괴적"수준의 값에 연중 판매
하는 가격파괴형업태는 신세계백화점외에 뉴코아 그랜드백화점이 이미 참여
했고 유통업신규진출을 노리는 대그룹들도 한결같이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장기반의 조기확대가 무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MWC인 킴스클럽의 운영업체 뉴코아백화점은 점포를 현재 서울외에 분당
수원 인천 평택등 수도권과 경기도일대의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확장, 서울을
진원지로 한 가격파괴바람의 지방확산을 선도하고 있다.

킴스클럽은 또 이달1일부터 대형판매시설로는 국내최초로 24시간영업체제에
돌입, 할인신업태와 유통업계전반에 미치는 파장의 강도가 주목되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등 지방대도시는 이들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백화점들의
사업다각화노력과 한국마크로 거평그룹 우성그룹 LG그룹등 할인신업태
신규참여를 서두르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시장선점의지가 맞부닥치면서
가격파괴싸움이 더 거세게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할인신업태의 파워확대는 대리점등 자체유통망의 이탈과 반발을 우려해
당초 이들매장에 납품을 거부했던 제조업체의 수가 점차 하나 둘씩 줄고
있는데서도 엿볼수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파워게임"에서
상품선택권을 쥔 유통업체로 가격결정권이 함께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판매경쟁이 심해질수록 제조업체의 입지약화및 가격파괴에 의한 "일물다가"
현상은 더 두드러질수 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할인신업태와의 경쟁을 의식한 백화점들도 올해는 바겐
세일에서 노마진상품을무더기로 내놓고 고객확보싸움에 나섰던 것을 지적,
소비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가격파괴바람이 유통업계 내부의 판도변화마저
좌우할 중대변수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와함께 경비절감을 뒷받침할 시스템화및 PB(자체상표)상품개발, 저가공급
체계확립을 위한 각계의 지원등 선결과제가 적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실익을
살찌우는 가격파괴바람은 궁극적으로는 "유통혁명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는데 거의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