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와 대담을 가졌다.
재무부장관시절 금융실명제를 성안했고 재정경제원장관겸 부총리로서는
부동산실명제까지 실시, 양대실명제의 주역으로 남게된 홍부총리는 내년
총선에 고향인 청주에서 출마할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충북투금금융사고에서부터 건설업체인 (주)삼익의 부도까지 충북
지역의 경제가 계속 화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홍부총리가 구상
하고 있는 경제운용계획 등을 본사 양봉진 경제부장과의 대담을 통해 들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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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반도체 한 회사의 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는등 대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부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경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국내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 홍부총리 =올 상반기 성장률이 9.8%에 달했습니다. KDI도 올해 성장률이
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경기는 비교적 잘가고 있다고 봅니다.
국제수지도 그런대로 괜찮고 물가도 안정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게 마련인데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도
안정돼 있어 경제는 상당히 건전한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내년에도 올해보다는 못하겠지만 잠재성장률 7.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
합니다.
물가도 안정될 것이며 국제수지는 올해보다 개선될 겁니다.
-경기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홍부총리 =중소기업중에서는 건설업의 부도가 많은데 최근 3~4년간
건설업체수가 3배나 많아졌어요.
규제완화로 진입제한도 풀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자연히 부도
업체도 늘었습니다.
또 소비패턴의 변화로 소비자들이 재래시장보다는 대형 할판점을 많이 찾고
음식점도 큰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더욱이
임금이 올라 사람을 많이 쓰는 기업은 채산성이 많이 악화되고 있어요.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라고 봅니다. 정부도 유능한 중소기업
의 업종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제조업 중심의 지원도 비제조업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부가세 과특자범위를 상향조정한 것이나 부가세
면세점을 올린 것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조세
논리에는 반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 홍부총리 =재무부 시절부터 부가세 면세점을 단계적으로 올려서 과세
특례제도는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당장 과세특례를 없앨 경우 중소영세업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과세특례를 없애는 것이 좋으나 당장 없애면 무리가
생기므로 충격을 완화하고 세금내는 사람도 편하게 하며 징세행정 비용도
줄이기 위해 간이과세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조세원칙에 역행한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기위해서 현실적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한.미간 자동차 협상과정에서 자동차관련 세금을 낮춘 것은 조세주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습니다.
<> 홍부총리 =WTO가 출범하고 세계가 이제는 열린 세계가 된 이상 조세나
환율등 경제주권을 행사하는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문을 닫고 혼자 산다면 몰라도 수출도 하고 해외에 진출도 해야 하는한
우리의 제도와 정책이 국제제도와 조화를 이루어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권리도 주장하고 수출도 계속 할수 있고 권한과 책임도 누릴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면에서 우리 세율체계가 비개방적이라고 국제사회가 모두 지적할 정도
라면 재검토해 봐야지요.
그러나 선진국의 요구가 자기들의 입장만 주장하는 것이라면 우리제도를
지켜 나가야 할 겁니다.
조세 경제이론은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 그때 상황과 상대방
의 입장에 따라 타협해야 할 것은 타협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도 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이고 따라서 이제는 우리 체격에 맞는 제도와
국제사회인으로서의 의식구조를 갖추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금융소득종합 과세와 관련, 얼마전 당정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당 우위론을 제기한 사람도 있었고 정책은 정부가 만드는 것인데
정책부서들이 너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총선 출마를 앞두고 당정협의 과정에서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상충될
경우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 홍부총리 =재무부 장관을 할때도 그랬고 부총리가 된후에도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누가 실세냐는 말이 가끔씩 나왔지만 같은 배를 탄 경제팀이
조화롭게 정책을 만들면 되는 것이지 누가 실제 힘이 있느냐든가 당정간
누가 위에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좋은 의견이 나오면 언제든지 수용할수 있는 것이며 민주정치라는게 중지를
모아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흑백논리처럼 정치논리 경제논리로 나누기보다는 효율성과 합리성 정치적
형평성과 조화를 이루어야지 정부는 경제논리만, 당은 정치논리만 내세워서
는 안되겠지요.
-정부 조직개편으로 초대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취임하셨는데 두개의 조직을
합치다보니 서로 손발이 안맞아 내부 혼선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는 않은데.
<> 홍부총리 =이제는 정부가 민간을 끌고 다니는 시대는 아닙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이 창의를 발휘하도록 장기비전을 제시해야할 때입니다.
그런 비전을 제시하려면 아직도 정부는 기획이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획만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금융 세정 예산등이 뒷받침이 되고
수시로 기획을 미세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가정책만 해도 행정지도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수 없고 통화나 환율정책
이 동반돼야 합니다.
따라서 기획기능과 재무 기능이 분리돼 있으면 마찰의 소지가 크지만 두
부문이 통합돼 있으면 종합적인 검토가 가능해 정책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직이 비대화된다는 문제가 남아있는게 사실입니다. 재정경제원이
다른 부처보다 앞서서 경제정책을 생각하는 조직이 된다면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통합이 실패보다는 성공쪽이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또 국제사회에 적응하는데도 유리하다고 봅니다.
-새해 예산안을 보면 국방비가 두자리수 인상됐고 공무원 봉급도 9% 오르게
됐습니다.
정부기구 축소라는 면에서 이같은 경직성 경비 증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도 적지 않은데.
<> 홍부총리 =일단 국가는 내부적으로 준비가 튼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군하사관의 생활보장은 선결과제였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북한의 불바다 위협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유비무환이라는 측면에서 일정수준의 국방비 인상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 해외직접투자시
투자비의 20%등 일정비율 이상을 자기자금으로 충당하라고 하는 것은
제완화와 모순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많은데.
<> 홍부총리 =해외투자에 있어 정부보다도 당해 기업이 더많은 고려를
하는 것이 사실이겠지요.
그러나 국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비율은 일본 대만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걱정하는 것은 해외투자로 외채가 증가한다는 점과
산업공동화가 발생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해외투자가 실패한다면 기업이 망하는 문제도 있지만 외채가 많아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런 면에서 해외투자기업이 최소한 10~20% 정도는 자기자본으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금융계 종사자들은 금융분야 규제완화의 최대
걸림돌은 정부가 아직도 금융계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금융기관 인사에 대한 입김이 전에 비해 어느정도나 해소됐다고
보십니까.
<> 홍부총리 =그런 반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다른 정부
였다면 시중은행장 선임을 은행장선임위원회에 맡기지 않았을 겁니다.
국책은행 총재나 행장의 경우 정부가 이들 은행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사에 관여하게 되지만 시중은행은 경우가 다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중은행장 인사에 정부가 개입한 적은 없습니다.
정부가 아직도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자율화는 인사의 자율성보장과 자금운용면에서 금리자유화라는 두가지
를 포함하고 있는데 은행장 인사는 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고
믿습니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금융산업의 대형화 유도와 이에따른 세제지원등 금융
산업 개편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추진 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 홍부총리 =국제수준에서 경쟁을 하려면 대형화된 금융기관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제가 부총리로 있는한 정부에서 어떤 어떤 금융기관끼리
합치라는 것과 같은 지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기관이 합병하려면 인원축소라든지 전산통합등과 같은 과제가 남는데
현 노동법하에서는 감량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금융기관들도 합치면 손해라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은행등이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합병등을 추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형화는 어렵다고 봅니다.
정부가 할 일은 금융기관들이 합병등을 통해 규모를 대형화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금융기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일이지 이 과정에 정부등 제3자가 개입
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긴다고 봅니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워 신규수요보다는 대체수요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조사자료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업계의 생산시설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
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을 어떻게 보십니까.
<> 홍부총리 =특정 업체의 자동차산업 진입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좀
쉽지 않은 일이군요.
그러나 원칙적인 선에서 언급한다면 자동차공업은 기계공업의 꽃이라 볼수
있고 전후방 관련 협력업체가 많다는 점에서 자동차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경제성장과 수출증대에 큰 기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동차 업계가 경쟁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홍부총리의 내년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는 느낌인데 정계에
진출하기로 한 동기는 어떤 것입니까.
<> 홍부총리 =아직 정치할 준비가 안돼있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체적으로 답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직 결심을 하지 못했다는 뜻입니까.
<> 홍부총리 =충북지역이 다른지역보다 경제적으로 뒤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해 경제를 아는
공무원출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세계화시대에 국제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긍정적
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선될) 자신이 있습니까.
<> 홍부총리 =최선을 다해야지요.
-청주지역에서는 어떤 부분이 부각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 홍부총리 =내려가보았더니 반민자 정서가 많더군요. 그 원인을 제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지난 몇년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뎠기 때문
인 것 같습니다.
청주는 전통적으로 선비가 많은 양반마을이지만 경제면에서는 발전이 뒤져
있다고 봅니다.
전통문화와 교육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는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도시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 정리=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