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로 창간 서른한돌을 맞는 한국경제신문사는 "소득 1만달러시대"를
주제로 삼아 우리 경제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의 진로를
생각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화로 1만달러가 넘는 국가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30여개국을 헤아린다.

20년전만해도 3개국에 불과했고 10년전 15개국,5년전 29개국으로
불어났었는데 우리도 마침내 그대열에 끼인 것이다.

우리는 실로 먼 길을 달려왔다.

"압축성장"이란 말을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62년 87달러로부터 시작해서 33년이 걸렸다.

62년 이전은 기록에도 없다.

소득 1만달러의 실현은 우리 국민전체의 피와 땀의 결정이다.

온갖 정치적 격변과 시련,국제사회의 곱지않은 시선과 굴욕적인 평가를
인내하면서 오직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경제성장의 외길만을 달려온
결과이다.

세계 어딜 가도 이젠 한국상뭄을 볼수있다.

건설회사들은 중동과 동남아 공사현장을 계속 누비고 있다.

우리 상품에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도 "싸구려"에서 가격과 품질 할것없이
중가.

중급품으로 30여년 걸려 일단 한단계는 격상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단계 더도약해야할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다음 단계로의 도약에는 지난번과 같은 긴 세월이 용납되지 않는다.

앞을 달리는 선진국이나 후발개도국의 추적속도 모두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머뭇거리다간 낙오한다.

선진국들은 미국의 주도아래 국경철폐를 통해 무한경쟁마당을 조성해
가고 있다.

힘으로 시장개방을 관철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일.독 3극경제체제구축에 열중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은 이미 수출과 투자유치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고 동남아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새로운 거대성장시장으로
부상해가고 있다.

우린 변해야 한다.

살길은 그것뿐이다.

말로만이 아니고 행동으로 변해야하고,겉모양뿐아니라 속속들이 변해야
한다.

시늉만해서는 안되고 진정 달라져야한다.

문민정부에 국민이 높은 지지를 보내고 기대를 모았던 까닭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때문이었다.

정치개혁에서 경제개혁,사회개혁 심지어 의식개혁에 이르기까지 공감가지
않은게 없었다.

그러나 우린 지금 어떤 모습인가.

과연 우리는 변했고 기대했던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말할수 있을까.

변화와 개혁은 커녕 이젠 그에 대한 열정마져 식어버린 듯한 현실이다.

소득 1만달러시대의 개막은 따라서 변화에의 결의와 각오를 새로이
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경제적으로는
덩치만 큰 경제대국보다 내실있는 경제강국,그리고 도덕적 문화적으로
보다 성숙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게 곧 선진국이고 통일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강한 경제와 건강한 사회는 특히 중요하다.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모든 국민,표현을 바꿔서는
정부와 기업 근로자와 소비자등 모든 경제주체의 사고와 행동양식이
변해야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법과 질서에 충실하게 행동해야한다.

비상식이 언제까지고 통용돼서는 선진국에의 도약은 영원히 없다.

다음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사회의 질도 개선하는데 정치와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한다.

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양에 치중된 경제운영타성을 좀체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운데 국민생활은 분배 복지 환경등 모든 부문에서 불균형과 갈등
마찰의 소지를 누적시켜가고 있다.

신용과 신뢰가 모든 분야에서 튼튼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를 질적으로 고양하고 국가의 이미지도 제고할수 있어야
한다.

상표의 브랜드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브랜드다.

국가이미지의 제고없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강화는 불가능하다.

정치와 정부운영,제정책이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인식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경제주체 그리고 국가구성원의 역할과 상호관계를
재설정 해야한다.

국내외 환경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변했는데도 우리의 경제운영방식은
조금도 달라진게 없다.

기업을 지배와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사고와 행태는
여전하고 기업과 근로자,기업과 소비자,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관계는 여전히 대립적,제로섬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것을 협력적인 관계로,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해 틀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 결과 시너지효과를 추구하고 플러스섬게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충실한 실천에 정부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구소련과 동구 중국등 공산세계의 시장경제전환에 열띤 박수를 치면서도
정작 우리자신의 시장경제 기능에는 무심하다.

교육은 특히 중요하다.

우리가 믿고 장래를 걸수 있는건 바로 인적자원이기 때문인 동시에 모든
국민이 골고루 더불어 잘살고 사회를 질적으로 높이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통신혁명과 정보화사회를 살아갈 힘도 교육에서 나온다.

소득 1만달러에 상징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물며 그것을 선진국진입과 동의어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다시 입증해볼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며 그래서 진정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