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서울대교수.경영학>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도 가장 뒤진 분야로
지목되는 것이 교육분야였다.

특히 대학의 입시제도 때문에 암기 위주의 교육이 시행되고 수험생들은
한 대학을 선택하여 1년에 단 한번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되는 시험을
위하여 지옥같은 생활을 감수하였다.

그러한 교육제도도 이제는 개선의 기미가 보여 입학원서도 복수지원이
가능하게 되었고,앞으로는 수시입학제로 바뀌어 대학의 자율에 따라
수시로 학생을 모집할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대학입시제도란 대학의 편의위주였고 학생들에게
경쟁의 기회를 제한하는 제도였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같은 대학교내에서도 대학별로 입시일자를
달리하여 수험생들의 응시기회를 확대하고 더많은 선택을 통하여
경쟁속에서 우수학생을 뽑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서 과거 대학입시와 비슷한 제도가 노동부의
권고에 의하여 도입되고 있는 한심한 사태가 발생되고 있다.

다름아니라 노동부 주관하에 관계부처와 대기업의 인사부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금년도 신입사원 공채시험을 대기업은 12월3일로 하고 금융기관
및 기타 정부투자기관은 12월10일로 통일해서 실시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와같이 정부와 기업의 합동회의에서 필기시험일자는 물론 면접일자까지
획일적으로 통일시킨 이유는 대학졸업자들의 중복응시및 2중합격사례를
막기위한 것이라 한다.

여기에서 노동부의 이와같은 권고안은 어리석은 대안이라고 지적하지
아니할수 없다.

그 이유로는 첫째로 국민의 취업기회를 늘리고 더 많은 응시기회를 주기
위하여는 기업이 같은 날짜보다 다른 날짜를 택하여 공채시험을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 대기업의 인사부장들이 비공식 모임에서 공채일자를 정하던
관례를 경쟁조장의 입장에서 노동부가 억제해야 할 판에 이를 노동부
주관하에 공식화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서 고용의 자유를 제한하고
취업자의 입장에서는 경쟁의 기회를 줄이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라 하겠다.

이는 한 졸업생이 여러 회사에 응시하여 2중3중 합격을 한 경우 기업
으로서는 채용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자유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더 많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인사복리제도에서 서로 경쟁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들
개개인에게 더 좋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제도는 노동부에서 앞장서서 경쟁을 제한하고 단순히
기업에만 편의를 제공하는 획일적인 제도를 권장하고 있는 격이다.

둘째로 요사이 정부규제를 줄이고 경제운영에서 경쟁을 통하여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에도 이 제도는 합당하지 못하다.

정부의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판에 노동부를 비롯하여 관련기관들이
모여서 공채시험일자를 결정하여 시행을 권고한다면 아직도 관리들의
사고방식이 규제 일변도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권고안이 지방대 졸업생이나 여성 고용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으나 이 문제는 다른 측면에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할일이 태산같은 노동부가 간여해서 결정한 이번
공채일자건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으로 생각된다.

기업들 스스로 시험일자를 정하여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선발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최근들어 우리 기업들의 채용졍책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즉 과거의 학력과 학교를 위주로 입사시험의 성적순위로 뽑던 제도에서
학력과 학교를 무시한채 인성검사 면접및 교양시험등 새로운 선발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이와같은 변화는 과거의 출신학교와 입사시험 위주의 선발에서 발생되는
단점을 인식하고 기업에 실질적으로 적합한 인재를 뽑으려는 노력이라
하겠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기업도 편의위주로 일제히 같은 날자에
시험을 보기 보다는 각각 다른 일자에 적성검사와 면접을 실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같이 여러 측면을 고려할때 정부가 굳이 나서서 시험일자를
통일하려는 것은 취업희망자나 기업,그리고 국민경제 전반에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