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비투자와 경기변동 ]]]

조승형 <한은 경제조사과 조사역>

투자란 일반적으로 기업이 생산능력을 유지하거나 확충하기 위해 자본재를
구입하는 행위를 뜻하는데 자본재의 형태에따라 건물 구축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건설투자와 기계, 운수장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설비투자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서도 설비투자는 국민경제내에서 다음과같이 매우 독특한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경제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먼저 설비투자는 소비 수출 등과 더불어 현재의 소득수준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생산능력의 변동을 통해 미래의 소득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

이는 설비투자가 곧 성장잠재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의미한다.

또한 설비투자에는 과학의 진보에 따른 신기술이 체화되어 있어 투자의
확충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

다음으로 설비투자는 경기순환의 진폭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가 된다.

이는 설비투자가 미래의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인데 기업들은 향후 경기가 좋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적다고 판단될
때에는 투자를 크게 늘리려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투자에 소극적이 된다.

이결과 통상 호황기에는 설비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경기상승세가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하강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투자가 급속히
냉각됨으로써 경기하락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이와같이 설비투자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경기변동의 주요 결정요인이기
때문에 각국은 설비투자의 확충을 유도하는 가운데서도 인플레이션 정정불안
등 경제의 불안요인을 줄임으로써 투자의 변동폭을 완화하는데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설비투자가 지난 30여년간 연평균 18%의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여 그동안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온 동인이 됐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선진국이나 대만등 여타 신흥공업국과
비교해 볼때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크고 그 결과 경기진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어 경제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라 하지 않을수 없다.

금년들어 설비투자는 내외수요의 확대에 부응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짐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20%를 넘는 높은
신장세를 보이면서 경기호황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생산시설확장에 치우쳐 있어 중복 과잉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로인한 설비과잉은 향후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투자를
급격히 위축시켜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의 설비투자시책은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강화에
역점을 둬 생산능력 증강 위주의 양적 투자보다는 기술개발 자동화등 질적
투자가 촉진될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