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평

미약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를 본격적으로 회생시키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 9월20일 총액 14조2,200억엔에 이르는 경제대책을
결정한데 이어 27일에는 은행부실채권에 대한 해결책을 발표했다.

공공투자 확대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는 한편 자금경색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부실채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일본경제의 부양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과연 결실을 맺고 앞으로 일본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일본정부가 92년 이후 다섯번에 걸쳐 실시한 경기대책과 비교해서
이번 대책이 갖는 경기부양효과는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는 이번 경기부양책이 과거와 달리 수요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실시된 경기대책은 공표된 재정규모에 비해 실제로 수요를
진작시키는 부분이 적었다.

이에 비해 이번 대책은 정부융자보다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요진작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금융환경의 개선대책도 재정확대정책의 파급효과를 높인다고 할수
있다.

과거의 경기대책이 부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버블 붕괴 이후의 자산가치
하락이나 부실채권의 누적으로 인한 금융환경의 악화에 있었다.

따라서 일본정부가 공공자금의 활용을 통해 은행 부실채권의 해결에 나선
것은 매우 효과가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결국 95년 상반기의 초엔고로 인해 극심한 침체를 보일것으로 우려된
일본경제는 공공투자에 힘입어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년에는 소비와 설비투자등 민간수요도 점차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일본경제가 회복해 나간다면 한국제품의 대일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지속적인 엔고와 정부규제완화 정책에 힘입어 일본시장이 점차 개방되는
추세에 있고 이에 따라 일본의 제품수입비율(원자재이외의 제품수입액/전체
수입액)도 60%를 상회하였다.

현재 정도의 엔화환율 수준이라면 지난 2.4분기에 30%를 능가한 수입증가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가 예상대로 회복세를 보일 경우 수입수요는 오히려 지금
이상으로 증대될 수도 있다.

이와같은 일본시장의 구조변화와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내년 이후에는
우리기업들은 대일 수출 증대에 한충 주력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정부의 규제완화정책은 새로운 대일 사업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며 휘발유 수입규제완화등 새로 부상하고 있는 시장진출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본경제의 장기 경제침체와 이의 극복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장기부진은 기업의 과잉설비에 기인한바 크다.

일본내에 생산설비가 편중되어 있어 엔고 등 경제여건의 급변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도 국제적인 시각에서 투자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세계 주요권역별로 분업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할것이다.

일본기업의 경험으로 추출할수 있는 결론은 기업세계화 전략은 외부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추진되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점에서
선행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부동산 담보중심의 간접금융시스템은 경제효율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본경제는 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통화량 증대,신용
창조의 기반을 부동산 가격상승에 의존해 왔다.

전후 일본경제는 고성장을 구가할수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함께
급등하여 고물가와 생활의 질저하뿐만아니라 신규 유망기업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일본정부는 80년대말 부동산 버블 억제대책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종래의
부동산 담보융자에 뒷받침된 간접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왔기 때문에
통화량 위축,경제위축현상이 초래돼 현제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유사하게 우리나라의 경우도 부동산 담보없이 융자받기 어려운
부동산본위 간접금융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일본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재구축을 모색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효율적인 신용창조 메커니즘을 재구축함으로써
경제시스템의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