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거론할만큼 우리의 살리살이가 넉넉해진듯 싶다.

스스로 중산층임을 자처하는 계층이 인구의 절반을 웃돈다.

취미활동과 레저생활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고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가고 있다.

최근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전국 8개중소도시를 순회하며 고객사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몇년째 계속돼온 행사지만 올해만큼 공연의 열기가 뜨거웠던 때가 없었다.

만석의 공연장에 자치단체장과 지역민들이 어우러져 열창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방문화발전이란 애초의 목적 이상으로 뜻있는 행사가 돼 긍지도 느꼈다.

지방화 시대가 열리고 자치단체측이나 기업에서 지방개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1차적인 목표는 기업투자를 통한 지역의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일이고
그건 분명 의미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발은 또다른 사회적 정신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지난 30년동안 숨가쁘게 앞만보고 달려온 우리의 고도성장은 물질적
풍요함을 우리에게 준 대신에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우리에게 남은것은 조급함 불안 과당경쟁등 정신적 갈등과 황폐함이 아닌가
싶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에 기업인으로서 공감과 책임감을 갖는다.

기업의 본질이 이윤추구이고 이윤의 사회환원은 사회적 책무라고 한다면
이시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분명 가치있는
투자라 하겠다.

특히 지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30년 고도성장은 대도시중심의 개발이었고 단기성투자가 그 축을 이뤘다.

그만큼 중앙과 지방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돼 왔다.

균형발전은 항상 구호에 머물렀고 사회환원은 기업의 생리상 기대에
못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지 오래지만 문화적 빈곤은 여전하다.

세계적으로 유별난 중앙집중현상을 걷어내고 가치있는 문화의 저변확대와
지방문화 발전을 위해 관심을 보여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전국민이 진정 마음에서 풍요로움을 느낄때라야 비로소 삶의 질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