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의원들의 질의에서 "지적"을 받지않은 행장들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 첫날인 28일 오후6시께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고 답변준비를 위한 정회를 선포하기 직전,사회를 보던 정필근의원
(민자)의 말 한마디에 은행장들이 앉아있던 참고인석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은행장은 15개시중은행장 전원과 장기신용은행장
전북은행장등 모두 17명.이중 의원들의 "지적"을 받은 행장은 정지태상업은
행장 이철수제일은행장 이관우한일은행장 박찬문전북은행장등 4명이었다.

지적을 받지않은 은행장들은 "평소에 잘해야지"하는 느긋한 표정으로
국감장을 빠져 나갔지만 "지적"받은 4명의 행장들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행장과 박행장은 최근 표적수사시비가 일고 있는 박은태의원과
최락도의원과 관련,박태영(국민회의)의원과 유준상의원(국민회의)으로
부터 각각 "지적"을 받았다.

중국출장중 27일 돌아와 28일 국감에 참석한 제일은행의 이행장은 "요즘
주가가 왜 그렇게 떨어졌느냐""유원건설의 부실화원인이 뭐냐"는 질의
(유준상의원)로 장시간 앉아있어야 했다.

한일은행의 이행장은 "캐나다현지법인의 여신관련 내용중 일부를 다르게
기재했다가 국감 시작 15분전에 이를 고쳤다"는 다소 억울(?)한 지적
(박태영의원)을 받았다는 평.

국감이 속개된 오후 8시부터 이들 4명의 행장들은 언제 답변을 시킬지
몰라 자리를 떠나지도 못하고 무작정 대기해야만 했다.

국감이 거의 끝날 무렵인 오후11시께 사회를 보던 정필근의원은 답변중인
이경식한은총재의 말을 끊고 "바쁘신 행장들이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이들부터 답변토록 하고 먼저 보내자"고 말했다.

그래서 오전 9시부터 대기하고 있던 은행장들은 약 13시간만에 발언에
나섰다.

첫타자인 전북은행 박행장이 답변에 나서자 국민회의측 의원들의 강공이
이어졌다.

결국 11시 30분경 정의원은 "폐회시간이 됐으니 오늘 국감은 여기서
마치겠다"고 선언했다.

13시간 넘게 아무말 못하고 기다리던 나머지 3명의 행장들은 다소
어이없어하는 눈치였다.

이들에겐 29일 낮 5분가량의 답변시간이 할애됐다.

이철수행장은 그나마 시간부족을 이유로 서면답변해야만 했다.

의원들의 지적으로 인한 "희비"는 29일에도 반복됐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