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변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유통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유통사업참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가 하면 유통업계에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가격파괴바람에 이어 밤낮없이 하루종일 영업하거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이른바 시간파괴바람도 불고 있는 것이다.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강화 밖에 다른
길이 없다.

그러나 국내 유통업체들은 자본력 인력구조 점포경영노하우등 모든면에서
외국 업체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다.

더욱이 영세 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국제경쟁시대에 어느 산업인들 한가한 행보를 할 여유는 없지만
유통산업이 맞고 있는 현실은 급박하기 그지 없다.

유통업은 그동안 소비성산업으로 간주돼왔다.

따라서 유통산업 육성노력조차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5월 유통단지건설 종합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물유비절감의 시급성을 인식,유통산업을 제조업 수준으로,유통단지는
공업단지와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8일에는 유통산업 경쟁력강화 5개년계획(1996~2000)이
심의.의결됐다.

통상산업부가 마련한 이 계획은 정부자금 1조3,615억원,지자체자금
5,745억원,민간자금 3조8,588억원등 총 5조7,948억원을 조성,국내
도소매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쓴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인력.자금력 등의 열세,창고나 집배송단지등 유통시설의
부족에다항만시설의 부족과 교통난이 겹쳐 물류난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물류비를 줄이지 못하면 아무리 값싸고 질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유통산업을 살리려고 나선 것은 오히려 때늦은 것이다.

물류비는 지난해 기업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어 경쟁국
보다 2~3배나 높고 교통체증으로 길거리에 낭비하는 돈이 연간 8조6,000억원
이라는 통계는 우리의 현실이 어떤가를 짐작케 한다.

선진국은 물류에 대한 정부지원이 이미 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왔다.

통상산업부가 마련한 5개년계획은 유통산업 경쟁력강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을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우선 재원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도 문제지만 재원이 조성돼 제대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유통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수 있을 것인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중소 유통업체의 조직화 협업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수 있도록
재래시장의 재개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재래시장의 재개발은 자금지원
만으로 성과를 거두기에는 풀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또한 권역별 공동집배송단지 등의 조성이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것이
도로.철도.항만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된다.

유통업체의 경쟁력강화와 함께 물류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