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오전 국무회의에서 일반화계와 재정투융자특별회계를 합쳐
63조36억원으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반회계규모가 올해보다 16%나
늘었다는 점과 인건비및 방위비 등 경직성 경비의 증가율이 두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정부는 선거를 의식한 팽창예산이라는 비난을 예상해 재정투융자
특별회계까지 고려하면 예산증가율은 14.9%로 올해 예산증가율 15.1%보다
낮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일반회계증가율이 높은 것은 경기호황으로 내년도 세수산출근거인
올해 세입실적이 늘었기 때문이며 세제개편으로 소득세부담이 줄어
국민들의 실제 세금부담은 올해 보다 오히려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예산편성은 한정된 세입범위에서 각계 각층의 재정수요를 반영하고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차선의 선택을 강요당할 때가 많다.

또한 예산당국으로서는 집권여당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을수
없는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이 지나치게 팽창한 것은 아니며 국민들의 세금
부담도 별로 늘지 않는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지라고 해야 한다.

왜냐햐면 총예산증가율 14.9%는 여전히 경제성장률 보다 높아 세금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입실적이 늘었기 때문에 일반회계증가율이 높다는 설명도 나쁘게
해석하면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예산지출도 늘려야겠다는 배짱을
드러낸 것이다.

남북경협확대,환경오염방지,주택난완화 등 잠재된 재정수요가 엄청난데
흑자예산을 편성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말인가.

소득세율 인하조정으로 일반국민들의 실제 세금부담이 올해보다 오히려
준다는 설명은 그야말로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다.

소득세 몇푼 줄어든 대신 관세등 간접세의 비중이 커졌으며 농특세
교통세 교육세등 각종 목적세가 무차별적으로 부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같은 행정편의주의적인 세제운용으로 직접세보다 간접세의
비중이 더욱 높아져 역진적인 소득재분배라는 부작용이 심각한 실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선거를 의식한 팽창예산이라는 또 한가지 반증은
인건비와 방위비의 증가율이 두자리수라는 점이다.

예산당국은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군인의 처우개선을 위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나 해마다 예산편성때 반영되지 못하다가 하필이면 내년
예산안에는 반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공무원과 군인의 처우개선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조직축소및 첨단무기중심의 전력증강이 없이는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에는 한계가 있으며 선거시기에 맞춘 단발적인 예산지원은
예산당국의 신뢰도를 해치고 냉소적인 반응만 불러오기 쉽다.

이렇게 정치논리로 뒤틀린 내년 예산안은 정기국회에서 통과될때 선거용
예산반영요구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선거 당락에 목이 매인 의원들의 무차별공세로 더이상 왜곡되는 일이
없이 정치적인 고려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예산안수정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