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과열인가 아닌가를 가름하는 잣대는 분명하지 않지만 올상반기
한국경제는 과열에 가까운 고성장을 기록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 9.8%를 반기별로 볼때 91년상반기이후 최고수준이었다.

당국에서는 하반기 성장률이 8.5%내외로 둔화되어 연간으로는 9%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수준의 성장률은 고성장임에 틀림없지만 성장추세가 둔화되는
것이라서 이를두고 경기는 하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것 같다.

경기과열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기가 활황국면에서 급격히 냉각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과열아닌 활황국면의 지속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비록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서더라도 완만한 하강,이른바 연착육 가능하도록하는 정책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연말이후 내년에는 경기의 급격한 하강과 물가불안이 겹쳐질 가능성
때문에 한국경제를 염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나친 걱정이라고 할수도 있으나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한결같이 내년경제성장률을 올보다 훨씬 낮은
7.3~7.6%로 예측하고 있고 설비투자증가율 역시 올해 전망치 보다 훨씬
낮게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올해 전망치 보다 높게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억제돼 왔지만 지하철요금등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지난해 이후
계속돼온 수입원자재가격의 상승이 내년의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치게될
가능성은 크다.

특히 올해 미국의 곡물 흉작으로 국제 원자재가격이 뛰고있다.

미국 나이트리더사가 농산물을 비롯한 21개 원자재 선물시세를 대상으로
산정하는 CRB( Commodity Research Bureau )지수가 18일 현재 지난 90년
8월27일 이후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CRB지수는 물가지수 상승을 6개월 내지 1년정도 앞서 올라가는
현상을 반복해왔다는 점에서 인플레조짐이 보이고 있다.

엔화를 비롯한 국제 환율동향도 문제다.

그동안 엔고 덕분으로 수출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는 엔고의
호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 엔화가 약세로 반전돼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제품등
수출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게 분명하다.

수출증가와 이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가 국내경기를 주도해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수출둔화,투자둔화가 경기냉각을 가속화시킬수 있는 것이다.

내년 이후 경제를 염려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내년에 총선과 97년에
대선이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때면 돈이 풍성해지면서 생산적인 부문을 비켜갈 가능성은 커진다.

안정을 다지려는 의지가 각종 선심성공약 남발등 정치적 상황때문에
뒷전으로 밀리면 국제경쟁에서 버텨낼수 있는 힘을 축적할수 없다.

경기흐름은 정책당국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여건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 이시각에 정치권은 무얼 생각하고 있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되돌아 보자.한국경제의 활로를 어디에서
찾아야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