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0대 샐러리맨들 사이에는 조직에서 앞서기보다는 2등으로 장수
하겠다는 보신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일하는 보람과 성취감을 찾아 가장 의욕적으로 나설 나이에 첫째를 포기
하고 둘째에 만족하며 자신의 삶의 질만을 위해 처세하는 젊은이들.

과연 "안정적 2등주의"가 인생에 도움이 될까.

본인은 물론 직장발전에도 이러한 2등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사회가 그동안 "1등주의"에 너무 집착해온 결과라고
할수 있다.

우리는 항상 최고점수,최다합격률등 1등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왔다.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오직 최고만이 지선의 가치라고 가르쳐 왔다.

가장 앞서나가야만이 살아남을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더불어 살아가야할 사회가 "냉혹한 승부의 세계"로 변질된 것도 이 때문
이다.

"세계1위" "국내최고" "국내최초"등으로 인정받아야 경쟁에서 앞설수
있다는 피상적 논리는 내실성장을 추구해야할 기업인들을 실적제일의 출혈
경쟁에 몰아넣는 것이다.

우리는 "진정한 2위"가 높이 평가받는 경우도 많이 목격할수 있다.

필자는 80년대 민속씨름선수 이준희씨의 팬이다.

"모래판의 신사"로 불렸던 그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가 많다.

그는 경기때마다 천하장사 결승전에 올랐지만 우승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그는 항상 2위에 그쳤으면서도 우승자보다 더 우렁찬 박수와 찬사를
받았었다.

페어플레이로 경기에 최선을 다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깨끗한 승부정신,
그리고 몇번이고 재도전하는 강한 집념에 관중과 언론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 아름답고 고귀한 2등정신을 우리모두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1등이 최고의 선일수 없다.

1등은 수단이기 보다는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는 2등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파행을 일삼는 1등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렇게 최고를 지향하는 2등정신을 우리 사회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1등이다.

취업시즌을 앞둔 요즘 이제 사회에 막 진출하는 젊은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1등정신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