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봉은 잠을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비봉사몽간에 보옥이 목에 걸고 있는 톨령보옥을 누가 훔쳐가는 것을
목도한 것이었다.

그 도독이 지금 보옥과 같이 자고 있는 진종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것 같기도 하였다.

진종이 보옥의 통령보옥을 훔쳐가기라도 하면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희봉이 진종의 불량스런 성품을 아는지라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희봉이 마루방에서 다른 할범 시녀들과 자고 있는 평아를 깨워
보옥에게로 보내어 통령보옥을 몰래 가져오게 하였다.

평아가 졸음 기운이 덕지덕지 묻은 두 눈을 손등으로 비비며 보옥과
진종이 자고 있는 방으로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 보았다.

방문을 살짝여니 둘은 어느새 깊은 잠으로 곯아 떨어져 있는 듯이
보였다.

평아가 무릎걸음으로 보옥에게로 가까이가 목걸이엥 달려 있는
통령보옥을 떼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구술만 걸었다 풀었다 할수 있는 장치가 있을 터인데
그것을 잘 찾을 수 없어 아예 목걸이 전체를 벗기려고 하였다.

그때 보옥은 잠속에서 지능을 껴안고 희롱하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마침 몸이 달아오른 지능이 자기 목을 끌어안고 바둥거리므로 보옥도
그 허리춤을 힘껏 안아주었다.

그 바람에 보옥이 평아의 허리를 안게 되었다.

평아는 아직 처녀의 몸이라 남자의 손길이 미친 적이 없는데 보옥이
두 팔로 끌어안자 숨이컥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 이것이 여자가 남자에게 안기는 기분이구나.

평아가 보옥의 팔을 어찌해야될지 몰라 당황해 하는 중에 보옥의 손이
허리선을 타고 내려와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어"

평아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뱉어졌다.

그러면서 아이구 나도 모르겠다, 도련님 물건이나 한번 만져보자 하는
얄궂은 생각이 솟아 올라왔다.

그런 마음까지 먹다니. 평아는 자기 스스로 기겁을 할 정도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미 오른팔이 보옥의 사타구니 쪽으로 뻗고 있었다.

보옥의 물건은 적군을 향하여 세워진 창처럼 발기될 대로 발기되어
있었다.

비록 바지천 너머로이기는 하나 남자의 물건을 처음 만져보는
평아인지라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어찔할 수 없었다.

평아의 손이 보옥의 물건에 닿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 물건이
아주 급하게 끄덕끄덕 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

보옥이 몽정을 한 것이었으나 평아로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은 알지 못하였다.

평아는 깜짝 놀라 손을 거두고는 보옥의 목걸이를 벗기기 시작했다.

목걸이를 다 벗길 무렵, 보옥의 왼손이 평아의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었으나 그 손은 왠지 힘을 잃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