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최근 교육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필기시험을 폐지하는 등 채용
방식을 대폭 개정하였다.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위한 기업의 신인사관리 일환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18개 그룹을 대상으로 한 채용행태를 보면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채용공고를 교수.회사임직원의 추천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선배사원의
모교방문,학교별 입사권유 추천팀에 의해 운영하는 기업이 상당수에
달한다.

전형방법은 면접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고,특히 서류전형과
면접후 적성.인성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여대생과 지방대생이
불이익을 당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전형절차중 가장 큰 비중은 면접이며 서류전형중 주된 평가요소로
대학을 지적한 그룹이 많았다.

면접을 중요시하는만큼 면접의 형태와 주된 평가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면접때 주된 평가요소는 태도 성실성 창의성 적응력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성.적성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로는 부서배치,부적격자 배제,향후
인력활용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답변하고 있다.

학력제한 철폐,무자료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도 있고 이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사원면접관제도에 대해서는 세대간의 격차축소와 유능한 인재선발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대부분의 채용담당자가 찬성하고 있다.

이상이 최근 기업현장에서 채용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실무담당자의
의견이다.

기업의 채용행태와 관련하여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되도록이면 기업의 채용행태에 간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앞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고용기회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을 실질적으로 적응하여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을 건의한다.

채용은 기업의 고유경영권이다.

그러나 차별없는 채용이 미시적으로 기업에도 중.장기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거시적으로는 사회적이익,즉 국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둘째 면접중심의 채용변화는 여성이나 지방대생들에 대한 채용상의
차별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

인턴사원제 또한 학교와 학과를 제한시켜 채용하기 때문에 또 다른
유형의 차별이다.

변화된 채용방식에 대해 기업들이 홍보를 많이 하는데,홍보이전에
실질적인 차별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셋째 학력제한 철폐는 능력위주로 채용하겠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이의 전제조건으로 채용관리가 전반적으로 합리화.과학화
되어야 하며 평가기법의 신빙성을 높여 직무수행능력이 실제로 우수한
고교졸업자를 자신있게 채용할수 있는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넷째 무자료면접에 대해서는 면접의 객관성을 높이거나 선입관에서
탈피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스러운 면도 있으나 부작용도 있다.

4년동안 학생들을 지켜본 교수도 학생들을 잘 모르는데 20~30분간의
두차례 면접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면접에서 무자료면접으로 인한 채용상의 오류가능성을
보완하는 노력이 없이는 제도정착이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남녀고용평등법을
제대로 지키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채용차별에 대한 준수율을 점진적으로 개선할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정무제2장관실의 구체적인 정책구상이 개진되어야 한다.

이상의 논의가 시사하는 바는 정직한 채용을 통해 조직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나아가 경제발전에도 기여하는 전향적인 신인사제도가
기업에 요구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업종을 가진 그룹사에서 획일적인 채용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새로운 채용방식의 도입과정에서 과학적인
사전준비와 합리적인 사후관리는 개별 사업체단위에서 담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떤 사람을 어떤 방법으로 채용하는지에
대한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닫힌 채용 닫힌 정보"형태로 비합리적인 채용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기업이 채용에 관련된 정보를 의뢰할 경우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열린 채용 열린 정보"가 이루어져야 경비도 줄이고 능력있는 사람도
뽑을 수 있다.

대학을 불신하고 기업이 직접 나서 채용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이는 21세기를 준비하는 인력자원개발 전략과도 상치된다.

나아가 채용은 연중 지속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기업뿐만 아니라 학생도
여러 기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새로운 채용방식은 검증을 통해 시차를 두고 실시돼야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본다.

채용에 대한 관심이 입시못지 않은게 우리의 현실이다.

기업의 채용행태는 기업경쟁력,국가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채용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율에 맡기되 형평한 채용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기업에 대해 "평등한 채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차별 없는 "형평한 채용"과 넓은 의미에서
합리적 과학적 인적자원 개발전략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강화,사회적 이익,
국민의 후생증대를 동시에 충족시킬수 있는 채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