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이 있는 해라 예년보다 추석이 일찍 돌아왔다.

부서마다 고향에 간다는 설레임으로 들뜬 모습들이다.

명절이 끝나면 접할 귀성,귀경길 사고소식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오랫만에 고향을 찾았다가 사고의 희생자가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명절연휴 교통사고는 대부분 고속도로를 막 벗어난 국도에서 발생한다.

한동안 꽉 막혀있다가 탁 트인 길을 만나자 함부로 과속하고 추월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항상 "기본원칙"에 충실하면 사고는 막을 수 있다.

우리 회사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로 비교적 빠른 편이다.

멀리 사는 사람들은 자연 새벽부터 출근길을 서두르게 마련이다.

필자는 조회때마다 "새벽길 교통신호를 꼭 지켜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한다.

안전수칙의 기본이기도 하거니와 직장인의 바른 자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명절연휴가 끝나면 또 빠지지 않는 뉴스화면이 있다.

고속도로변에 버려진 수많은 빈병과 음식 쓰레기들.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우리사회에도 민주시민이 있는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단속경찰이 없다고 버스전용차선을 달리는 운전자가 과연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가정교육을 책임지는 가장의 위치를 찾고 학교도 진정한 "기르기(육)"의
기초를 중시하도록 달라져야 한다.

기업은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기본을 지켜가는 자세에서 가능한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도 결국 이와 유사한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

외관만 중시하면서 "경제적"시공을 강조한 건축주, 수주에만 급급했던
건축업자, 부실공사와 인허가 처리를 눈감아준 공무원등 원인제공자들은
수없이 많다.

"다른 사람도 다 그러는데"라는 그릇된 인식이 너무 팽배해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새벽길에서, 단속하는 사람 없는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
에서 스스로 원칙에 따라 지켜가는 기본적인 자세가 정말 필요하다.

"사고 없고 질서있는 추석이었다"는 뉴스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