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발족과 더불어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우루과이라운드(UR)와 같은 신조어들이 낯설지않은 용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유럽 선진국에서는 디자인라운드(DR)가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디자인 보호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WTO체제 출범에 따른 규제를 피해
가면서 자국 산업을 간접지원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년에 출범하는 유럽연합(EU)의 의장청 발족과 내년부터 발효될 국제표준
통합상표법 등이 그와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제 산업디자인의 보호가 경제전쟁시대의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해외디자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할 때
목전에 닥쳐온 DR의 파고를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
되고 있다.

선진국이 우리나라 주요수출품의 디자인을 모방이라고 몰아붙일 경우
뜻하지 않게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기업들은 아직도 이문제에 대해 둔감한 실정이다.

자신들이 애써 개발한 산업디자인의 보호에 소극적일 뿐만아니라 상품
수출과 관련지어 알고 있어야 하는 외국의 산업디자인보호제도에 대한
인식도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DR에 대한 대책마련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절실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특허팀 법률팀 등 전담부서를 설치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의장등록한 디자이너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해
왔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산업디자인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부족한 형편이다.

디자인을 모방해 놓고도 관련법망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이래서는 오리지널디자인의 발전은 커녕 DR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경영자들의 산업디자인에 대한 적극적인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 국산
상품의 경쟁력이 길러질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외국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에 대해서는 아예 수출 자체를 금지
하는 "수출디자인 검사제도"의 도입을 추진해 볼만하다.

한때 "모방의 천재"라고 불렸던 일본은 50년대 초반에 이제도를 도입,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도 시행되고 있는 이제도 덕분에 일본은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벗어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의장등록심사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전문디자이너를 심사관으로 발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

공무원 임용규정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특허청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DR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산업디자인의 자체개발비중을 높임과 동시에
완벽한 보호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각국의 산업디자인 보호제도를 상세히 파악하여 우리디자인을 적극 보호함
과 동시에 외국의 보호장벽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응
전략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