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경제계 거물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최근의 엔고 행진으로 인한 경영압박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격무를
이겨내지 못한 채 하릴없이 지휘봉을 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궁사순 오키전기사장이 올 여름 뇌경색으로 퇴임,요양중인가 하면
풍전달랑 도요타자동차사장도 고혈전증이 악화돼 경영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났다.

총원동구 미쓰비시자동차사장은 위병을 호소하고 있으며 어수세조
캐논사장은 지병인 간질성폐염이 악화돼 지난달 31일 사망하는등
일 유력기업 최고경영자들이 갖가지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최근의 엔고 추세와 결부시켜 "저주의 해"라 불리웠던
87년의 징크스가 재연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경제인들도 많다.

일 경제인들에게 87년은 최악의 해였다.

85년 플라자합의에 의해 당시 달러당 2백60엔선이었던 엔화가치가
87년에 1백20엔선으로 급격히 평가절상되면서 일기업의 경영상태를
크게 위협했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식으로 복부일랑 세이코전자사장,삼산신오
제이전전사장,중부등차랑 대양어업사장,대야양웅 자생당사장등 삼척동자도
알수있는 현역 대기업체사장 14명이 한꺼번에 세상을 등지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이는 엔고라는 병마로부터 기업을 지키기 위해 물불 안가리고 사업을
챙기는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된 탓으로 최근의 엔고행진이 멈추지 않는한
"엔고사망"이란 말이 87년에 이어 올해에도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일경제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