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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루몽] (174) 제6부 진가경도 죽고 임여해도 죽고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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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관소로 돌아가시라는 말에 북정왕 수용은 고개를 저으며 사양
    하였다.

    "무릇 돌아가신 분은 이미 선계에 드셨으니 속세의 티끌 속에 있는
    우리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곳에 계시지요. 비록 내가 위로부터
    성은을 입어 왕의 지우에 있다고는 하지만 돌아가신 분앞에서는
    하잘것 없는 존재이지요. 그런데 어떻게 영구가 떠나가기 전에 먼저
    돌아가는 시례를 범하겠습니까"

    살아 생전에는 한낱 아녀자에 불과하였던 진가경을 이렇게까지 높이는
    북정왕의 겸손 앞에 가씨 가문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저런 분이 군왕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다스리는 황제가 된다면
    얼마나 백성들을 위할 것인가.

    가진의 지시로 진가경의 영구가 그 자리에서 떠나가고 난 후에야
    북정왕이 수행원들을 데리고 관소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장례 행렬이 성문 앞에 이르기까지 가진과 가사, 가정의 동료나 부하
    들이 길가에 차려놓은 제단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아까 왕들이 차려놓은 그 제단만큼은 화려하지 않지만 제각기 정성이
    담긴 제단들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 저승으로 떠나가는 길을 알뜰하게 배웅하는 모습들은
    훈훈한 인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가씨 가문 사람들은 제단 앞을 지날 때마다 그 정성에 일일이 사의를
    표하였다.

    성문을 나서자 장례 행렬은 철함사로 통하는 큰길로 접어들었다.

    그때까지도 말이나 수레, 가마를 타지 않고 예의상 그냥 걸어서 상여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가진이 아들 가용과 함께 장례 행렬을 비집고 다니며 아직도 걷고
    있는 손윗사람들에게 권하였다.

    "이제부터는 가마나 수레, 말에 타십시오. 길이 험합니다"

    그리하여 보옥의 큰아버지 가사의 동년배 되는 사람들은 수레나 가마에
    오르고, 가진의 동년배 되는 사람들은 말에 올랐다.

    보옥은 북정왕을 만나본 감격으로 마음이 들떠 있었다.

    이제 진가경이 죽은지 49일이나 지났으므로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수그러들고, 이번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북정왕 저택으로 놀러가서
    전국의 명사들과 어울릴 생각만 골똘히 하였다.

    그러자 이 어리어리한 장례식이 지겹게 여겨지기까지 하였다.

    사람이 죽으면 며칠 후에 발인하여 땅에 묻어야지 이렇게 49일 동안이나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아무래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진가경의 시아버지 가진의 위신을 세우기 위한 장례인 것만 같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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