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의 한일 양국간의 국교정상화는 지리적으로 바로 인접하여 있고
역사적으로,그리고 문화적으로 관련이 깊은 두나라가 최근세에 겪었던
불행한 과거를 일단 정리하면서 오늘과 내일의 정세의 흐름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한다는 뜻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불행한 과거는 민족간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기 때문에
과거의 "정리"내지 "청산"이라는 일은 한반도가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광복을 보게된 다음 20년이라는 세월이 경과하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어려운 것이었고 양국 정부가 결행하는데 각각
강력한 반대의 움직임을 무릅써야 했던 것이다.

30년이 지난 오늘 양국국민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면서 국교정상화를
압도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양국간의 관계는 그간 모든 분야에 있어서 참으로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양국간의 무역규모는 65년의 2억달러에서 작년의 389억달러로 확대되어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2위,일본으로서는 한국이 4위의 교역상대국이
되었다.

투자면에 있어서도 일본이 주로 최대의 대한투자국의 위치를 점하면서
월등한 상황에 있어 왔지만 최근에는 한국기업의 일본진출도 눈에
띄고있어서 경제관계가 과학기술면의 협력도 포함하여 점점 대등화
수평화되어 가고 있다고 할수있다.

인적교류도 엄청나게 늘고있어서 작년에는 상호270만명이 왕래함으로써
최대의 방문대상국이 되었다.

양국간에는 이제 21개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항공노선이 개설되어 있고
해운면의 연결이 확장됨과 더불어 이러한 면에서의 협력관계도 일층
강화되어가고 있다.

학술 예술등 문화면의 상호협력도 질적 양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주목하여야 하는 것은 이와같은 양국간 관계의 발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앙중심의 차원을 넘어 지방자치단체간이나 각종 교육기관간,
또한 민간의 각종단체와 기관간의 접촉이 폭넓게 확대 강화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것은 양국간의 협력이 쌍무적인 면에만 그치는것이 아니라
일본의 경제대국으로의 부상과 한국의 경제및 정치면의 발전에 따른
국제적 지위의 향상및 역할의 증대에 따라 지금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각종문제에 대응하는데 있어서,또한 같이 위치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내지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여러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양국이 긴밀히
협조하고 또 협조해야만 되는 경우가 지극히 많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최근 한반도 문제가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긴박한 문제의
하나가 되고 있지만 그가운데서도 북한의 핵의혹이나 대북한 쌀제공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양국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APEC의 경우 금년은 일본이 정상및 각료회의 주최국으로 되고있지만
양국이 또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양국은 각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동반자로서의
인식을 굳히고 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그와같은
인식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양국간에는 오늘과 내일에 관한 문제외에 불행한 과거에서
연유하는 문제들이 꼬리를 길게 하고있어서 긴밀한 협력관계의 원만한
발전을 저해하는 작용을 하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금년이 전후 50년이 되는해라고 해서 일본이 과거 인접국에
대하여 행한 침략,제2차세계대전 전후의 발자취에 관한 평가논의가
활발하며 왕왕 피해를 입었던 우리를 포함한 아시아각국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인식을 나타내는 일부 논의도 보게된다.

그경우 우리에게 주는 실망은 적지않다.

그러나 상당한 부분의 사람들은 일본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여
그에따라 알맞는 대처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의 8.15를 기하여 내놓은 무라야마 총리의 담화는
평가를 받을만하다고 본다.

그리고 제기가 되고있는 여러문제가운데서 예를들면 종군위안부문제라든,
사할린에 잔류케된 한국인들에 대한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그간 일본정부가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와같은 보완적인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갖게된 감정의 응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줄어들수 있으나 완전히 가시게 된다고 볼수없다.

다만 감정해소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할수있는 것은 과거에 관한 인식을
철저히 하고 알맞는 대처를 꾸준히 해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함으로써 두나라 국민들의 마음과 마음이 닿을때 동반자로서의
양국관계는 더욱 든든한 기반위에 서게되며 그야말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나갈수 있다.

앞으로 두나라를 각각 짊어질 젊은 세대에 기대를 걸어본다.

두나라 젊은이들이 건전하고 바른 인식을 갖출때 두나라 관계의 장래는
밝으며 그야말로 서로 "가깝고도 가까운"이웃이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