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의 임기 전반이 벌써 지났다.

김영삼대통령은 국정을 바로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할것 같다.

그리고 전임자들이 이룩하지 못한 수많은 개혁들을 밀어 붙였다.

군의 민주화개혁,공직자의 재산등록,부정부패의 척결,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는 결의와 정경유착의 단절,돈안드는 공명선거를 위한 개혁,
그리고 금융실명제,부동산실명체,금융소득종합과세 등의 경제개혁등.

그리고 이러한 과감한 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갈채를 보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난번 선거에서 이러한 정부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한때 80%에 이르렀던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30%선으로 추락했으니
어찌된 일인가.

어떤 사람은 개혁때문이라고 했다.

개혁이 지나쳐서 중산층에게 불편을 주었다는 것이다.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지지율이 80%에 이르렀을 때는 개혁이 과감하게 추진될때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인가.

첫째로 지역갈등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최대현안문제가 지역갈등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수 없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형태로던 개혁적인 결단을
내려줄것으로 기대했고 김대통령이야말로 그것을 할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김대통령은 그것을 공약했고 또 취임초에는 그러한 결의를 보인바
있다.

인사가 만사라 하면서 인재의 고른 등용을 약속하였고 소외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뒤의 국정운용은 이 문제를 풀기보다는 더 얽히게 하는
쪽으로 이끌어 졌다.

인사면의 지역적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은 여러차례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도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지역균형발전문제에 있어서도 현정부의 노력이
너무 미흡했다고 믿고 있다.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고 사람과 산업의 지방분산을 촉진하려는 그동안의
정책적노력은 대폭 후퇴하였다.

소외지역을 위한 특별법은 오간데 없고 투자사업은 오히려 특정지역에
집중적으로 유치되어 경제력의 지역적불균형은 날로 커지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통계나 사례들을 여기서 하나 하나 적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이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며 그 결과로
호남대 비호남의 구도에서 출범하여 PK대 비PK의 구도로 치닫게
된 것이다.

여기서 DJ의 지역등권론과 JP의 핫바지론이 지난선거에서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망국적인 한국의 지역주의는 애국심보다 배타적 애향심을 앞세우는
한국인의 약점을 파고 드은 것이지만 국민들은 그 1차적인 책임이
그 원인을 제공하고도 그 문제를 풀지못하는 집권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두번째 원인은 시대변화에 대한 적응력의 부족이다.

모든 정권은 그 나름의 시대적 사명이 있으며 그 사명은 시대적환경이
부여하는 것이다.

1만달러 소득시대인 현재의 국정환경은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국민들의 의식구조와 욕구내용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국민들이 소시민화하고 있으며 욕구내용의 소프트화,서비스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정치형 지사형에서 편안과 실리추구를 우선하며,
욕구내용도 먹는것과 입는것으로 부터 교통.주차.교육.의료.환경.휴식광간.
안전문제등 서비스쪽으로,그리고 량에서 질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변화를 수용하는데 미흡했다.

그동안 밀어붙인 거시적인 개혁들은 꼭 필요한 것이며 따라서 높이
평가되어야 하겠지만 국민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이보다도 당장의
교통난이나 안전문제가 더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이다.

이른바 생활개혁이 함께 수반되었어야 했다.

성수교붕괴등 부실시공문제도 그렇다.

그 원인은 주정권이 제공한것인데 그 책임을 현정부가 뒤집어 쓴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부실건물이라도 많이 지을수밖에 없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시설유지와 안전관리가 더 중요한 과제라는 시대적소명의
변화를 읽었어야 옳았다.

끝으로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신뢰성문제이다.

현정부의 강점은 도덕성이며 이것은 공정성과 일관성을 기본축으로
하는 것인데 이것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리척결에 있어서 표적수사라는 의심을 받는 일이 있었고 재벌이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어떤 재벌은 정치를 하라고 끌어내기도
했다.

국정의 신뢰성을 훼손한 또다른 요인은 국정에 있어서의
아마추어리즘이다.

대북쌀외교의 허점이나 4천억원의 비자금소동이 그 예라 할수 있다.

국정에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확성과 신중성이 요구되는것
아닌가.

우리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잘 극복하고 보완하여 내실있는 국정개혁을
계속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