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더 이상 ''통과의례''가 아니다.

각 기업이 필기시험을 폐지하는 등 채용방식을 개선하면서 면접비중을
크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 비중의 강화는 곧 면접방법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당락을 좌우할 정도가 됐기 때문에 종합적인 평가방식이 필요해진 것이다.

임원진면접 - 사장면접순의 ''부적격자 골라내기''식 방식이 사라지는 대신
실무진면접 집단토의식 면접 등 ''인재 찾아내기''식 면접을 치르려는 기업들
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무시험.면접중시''의 채용방식을 실시해온 이랜드그룹의
박지수인사팀장은 "면접중심 선발방식은 그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골라
내는데 효과적"이라며 "재학중 성적이 낮더라도 면접에서 창의성과 열의가
돋보이면 과감히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면접의 중요성을 강조
했다.

최근 각 기업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블라인드
인터뷰(Blind Interview : 무자료 면접)를 꼽을 수 있다.

면접관들은 피면접자의 출신학교나 출생지, 가정환경등에 대한 아무
기초자료 없이 응시생을 만난다.

서류로 인간을 판단하는 대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충분한 대화를 나눔으로
써 조직에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이 방식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능력외 요소''가 채용사정에 끼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은 두차례 변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실무책임자인 과.차장급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집단토론형식의 블라인드
인터뷰를 실시한 후 2차 임원진 면접에서는 학교성적과 자기 소개서를
토대로 전반적인 능력과 인성을 종합평가할 계획이다.

현대는 이를 위해 학계와 공동으로 다양한 표준질문서를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집단면접과 집단토론 등 두차례 면접을 치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그룹은 집단토론에서 ''양비 양시''적인 주제를 주고 자신의 논지를 전개
하는 방식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용
하느냐를 면접관들은 곁에서 체크한다.

실무부서장에 의한 직무능력 평가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면접을 통해 도전의식 창의력 상활판단력 조직적응력등을 주로
평가한다.

회사별로 전공과 어학테스트도 겸해 실시할 예정이다.

3~5명이 함께 치르는 집단면접을 실시할 계획.

면접담당관은 4~6명의 임원급이다.

선경그룹은 자체 제작한 종합적성검사를 실사한 다음 이를 통과한 인원을
대상으로 두차례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담당부서장이 1차, 임원진이 2차면접을 맡는다.

집단토론식 면접도 검토 중이다.

기아그룹은 올해부터 블라인드인터뷰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화와 코오롱 그룹은 지난해부터 1차면접때에 과.차장급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실무자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1차면접 혹은 집단토론, 2차 임원 및 사장단
면접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직적응력을 평가하기 위해 1시간 이상 걸리는 집단토론방식을 도입
하는 기업들이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기업은 세계화 개방화 추세에 따라 단순히 일만 열심히 하는 근면한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차장급 선배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실무능력과 조직내 친화
력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원그룹등 일부 기업은 실내면접의 관례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하루
종일 선배사원들과 함께 지내며 종합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쌍용증권의 경우 아예 1주일 동안 합숙을 하면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면접강화방침은 취업희망자들에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상식과 전공서적을 외다시피 공부해야 하는 필기시험의 압박에서 벗어
났지만 새로운 관문으로 떠오른 면접평가에 대한 준비요령이 막연하기 때문
이다.

아직까지 주요기업들이 구체적인 면접방식을 밝히고 있지 않은데다 일부
공개한 기업도 대강의 아웃라인만 제시해 취업희망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러나 취업관련 전문가들은 "형식은 바뀌어도 면접은 면접"이라는 원론
적인 대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단순 지식테스트에서 교육 현실에 가까운 방법으로 채용방식이 바뀐 만큼
오히려 정공법이 주효할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집단토의식 면접이다.

코오롱 그룹의 경우 집단토론을 실시하기 전에 "말을 가장많이 하는 사람
과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은 감점대상"이라는 주의를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주의사항없이 바로 시작한다.

가장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은 소극적인 인물로, 가장많이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주관이 강한 것으로 평가돼 감점대상이 된다는게 인사담당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변화된 채용방식에 따라 취업희망자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 보다는 ''아는것을 얼마나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매일 신문을 정독하고 하루에 하나씩 주제를 정해 토론연습을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