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PQ(입찰자격사전심사)제가 확대되고 적격심사제
가 도입되는등 정부회계제도의 골격이 크게 바뀌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됨에따라 계약전문기관으로서의 조달청이 각 지자체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97년으로 예정돼있는 정부조달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조달시장개방을
능동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것도 조달청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임창열 조달청장을 만나 부실시공방지 방안, 조달시장개방 대비책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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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최종천 < 사회부장 > ]]]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 적격심사제가 도입됐습니다. 아직은
적격심사제가 적용된 공사는 없지만 오는 9월중순부터는 적격심사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도 도입으로 부실시공이 어느정도 예방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대형공사에대한 부실시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PQ대상공사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가격을 낮게 쓰는 업체가 공사를 수주
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1백억원이상 공사의 경우 입찰가격뿐아니라 공사수행능력
까지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특히 과거에 시공한 시설물이 손괴되거나 사상자를 발생시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업체나 재무상태가 나쁜 업체는 아무리 낮은 가격에 응찰했다해도
적격심사에서 탈락시키도록 했습니다.

이와함께 PQ대상 공종을 14개에서 22개로 확대한 것도 부실시공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될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시공도중 계약이행능력이 상실돼 보증시공하거나 재계약한 사례가
모두 32건 1천2백46억원상당에 이르렀으나 적격심사제아래서는 부실업체의
정부공사수주가 사전에 차단될 겁니다"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한 또 다른 제도적 장치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공사보험제도를 들수 있습니다. 공사보험제도는 공공성이 높은 정부 주요
공사에 대해 시공도중 발생할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 의무적으로 공사보험에
들도록한 제도입니다.

그렇게되면 발주자 시공사는 물론이고 보험사에서도 부실시공으로 인해
야기되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에 시공능력을 심사하고 시공중에는
감리자역할을 할것이기 때문에 부실시공이 그만큼 줄어들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또 건설기술관리법시행령이 지난8월4일 개정돼 지금까진 공사를 발주하는
기관의 장이 추천, 건설교통부장관 승인을 얻어야 외국감리회사를 감리자로
지정할수 있었으나 이제는 공사발주기관의 장이 직접 외국감리회사를
감리자로 지정할수 있게 됐습니다.

이에따라 정부발주공사중 정밀시공이 요구되는 공사에는 해당 수요기관과
협의를 거쳐 외국 유수감리회사에 감리를 맡기는등 감리를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현재 공사금액의 2%수준인 공사감리비를 6%로 상향조정, 공사비에
반영하는 문제와 덤핑입찰의 경우 덤핑에따른 차액을 해당공사 감리비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조달행정이 제도적으로 아무리 잘 정비돼 있다해도 입찰과정에서 업체들
끼리 담합하거나 불공정행위를 하면 실효성이 반감됩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책은 세우셨습니까.

"입찰에서 나타나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담합과 덤핑입니다. 그동안
제도보완과 업계의 노력으로 입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웬만큼 확보돼 있긴
하지만 아직은 담합이나 저가투찰 문제가 간혹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같은 불공정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아낼 생각입니다.

특히 사회전체의 이익에 반해 특정업체나 개인을 위해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불공정거래행위가 발견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차없이 조사
의뢰하는등 강도높게 대응해 나갈 예정입니다.

실제로 철도청 궤도부설공사, 백제교가설공사, 구룡포~포항간도로개설공사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의뢰, 해당업체 5개사를 부정당업체로 제재조치
했고 물품구매에 있어서도 행정전산망용 프린터, 소방차등 2건을 담합의혹이
있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최근 조사를 의뢰,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조치들은 어떤 시각에서 보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업계에 "요구"만
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정부에서 업계에 해줄건 해주고나서 요구하는게 순서가 아닐까요.

"정부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달청이 계약서상 "갑"의 입장
에서 민간업체들에 공정하게 대해주고 있는지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 7월 우선 정부노임단가를 시중단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현실화, 종전에 비해 40%정도 올려주었습니다.

이와함께 계약후 물가변동이나 설계내용이 1백분의5 이상 변동되는 경우
에는 이를 적극 반영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대형공사입찰에서 우수한 설계서를 작성한 업체는 낙찰자로 선정되지
않았다해도 예산 범위내에서 설계비의 일부를 사후 보상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업체와 계약가격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심한 경우에는 공인
된 기관에 원가계산 용역을 의뢰, 그 결과를 수용하고 그 밖에도 객관적인
타당성을 갖는 자료가 있으면 이를 잘 검토, 인정해줄 방침입니다.

다만 이렇게 공정한 여건을 조성해 주는데도 불량제품을 납품하거나 부실
시공을 일삼는 업체가 있으면 일차적으로 부적당업체로 제재하고 결국은
정부계약에서 과감하게 배제시킬 것입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과 함께 오는 97년부터 정부조달시장이 본격
개방될 예정입니다.

조달시장개방에 대한 대응방향은 무엇입니까.

"WTO출범으로 세계경제는 개방과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조달시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조달시장 개방과 관련해서 일부에선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개방이
피할수없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같은 변화를 적극 활용해 나가는게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우리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개방할 부분은 당당히 개방
하되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능동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협정가입국과 불필요한 무역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협정
의무이행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산업의 해외시장진출 확대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개방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조달시장개방에 대한 준비상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우선 정부조달협정 의무이행체제 구축이란 측면에서 재정경제원과 협의,
관계법령정비를 끝내고 지난 7월부터 계약제도의 방향을 개방에 대비하는
쪽으로 전환 시행하고 있습니다.

적격심사제와 규격, 가격2단계경쟁입찰제및 협상계약제등이 그 예입니다.
영문요약공고 통계보고서작성등 실제 개방단계에서 필요한 사항은 내년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해볼 계획입니다.

또 여기에서 도출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93년 12월부터 가동되고 있는
청내 개방대책반이나 개방과 관련, 자생적으로 조직돼 활동중인 7개
스터디그룹을 활용, 보완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국제입찰 관행을 습득하기 위해 10월부터 세계은행에 전문요원 3~4명씩을
파견, 연수토록 하고 미국 GSA(조달청)에 2명씩 정기적으로 파견하는 계획도
추진중입니다.

좀더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문연구기관이나 학계에
용역을 의뢰, 반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자제 실시에 따라 조달청이 각 수요기관과 지자체에 대해 지원할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지자체에 구매의 자율성을 주기위해 지난 1월 내자 5천만원, 외자 5만달러
미만의 물품은 각 지자체가 직접 구매하도록 위임했으나 올해 7월말 현재
지자체에 구매위임한 물품의 76%인 1천6백48건이 다시 조달청으로 계약요청
돼왔습니다.

이는 지자체의 계약담당인력이나 계약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한데서 오는
현상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적격심사제가 본격 실시되면 조달청에 구매요청이 들어오는 사례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지방과 중앙의 협력관계를 증진한다는 차원에서 조달청 전문
직원들로 구성된 제도자문지원단을 조직해 수요기관, 특히 지자체가 원하는
경우에는 즉시 파견해 계약업무를 지원해줄 방침입니다.

또 수요기관 계약관련 직원을 위한 계약전문프로그램을 개설해 분기별로
2차례씩 조달관련 업무와 계약절차등을 교육하고 시설공사전산입찰과정,
저장품및 비축제도운영, PQ, 적격심사제등에 대한 현장교육을 실시
하겠습니다"

-조달청의 연간 계약액수는 10조원에 이릅니다. 개방화에 따라 중소기업의
설자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마련했습니까.

"조달청은 중소기업및 지방업체에 계약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단체수의계약
이나 지역제한제도 지역생산품의 현지구매등 다양한 계약제도를 개발 운용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중소기업과의 계약액이 4조7천22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이를 보다 강화, 5조5천억원 상당의 물자및 시설공사를 중소기업과 계약할
방침입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중소기업 생산품목은 단체수의계약외에도 적격
심사를 통해 우선 구매하고 중소기업 신기술제품도 구매의 우선권을 주기로
했습니다.

시설공사에서도 입찰자격사전심사에서 대형건설업체가 중소업체와 공동
도급으로 참여할 경우에는 가산점을 줄 예정입니다.

특히 대부분 중소업체가 참여하는 1백억원미만의 시설공사는 예정가격의
88%이상 응찰자중에서 낙찰자를 선정, 중소기업의 출혈계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존민원봉사실을 종합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한데 대해 업계나 수요
기관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합지원센터의 기능은 무엇인지요.

"종합지원센터는 조달청의 모든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는 곳입니다.
다시말해서 일이 있어 조달청을 찾을 경우 업무와 관계되는 여러 부서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지원센터를 방문, 도움을 청하면 그곳에서 업무를 일괄
처리할수 있는 "원 스톱 서비스"체제를 갖추게 된 겁니다.

업체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대금지급을 예로 들어 보면 납품확인서만 지원
센터 창구에 접수시키면 하루안에 해당업체 계좌에 대금이 자동입급됩니다.

선급금도 2일안에 계좌에 자동입급되며 계약서류도 교부일 예고제를 실시,
민원인들의 불편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밖에 해외원자재가격동향 조달관련 행정심판및 소송자료등 민원인이
필요로 하는 각종 자료도 비치돼 있지요.

특히 신기술이나 신모델 신제품등의 정보수집을 위한 창구를 설치, 구매에
반영토록 했습니다"

-시중 대형백화점에서 실시하는 택배제도를 조달물자 공급에 도입,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조달행정의 기본은 양질의 물건을 적기에 불편없이 공급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5만달러 미만의 소액 소량의 외자물품에 대해서는 신용장방식이
아니라 조달청이 지정하는 운송대행업체가 해외에서 물건을 받아 검정
보험부보 해송 통관업무를 수행, 수요기관까지 인도해주는 제도를 시범
도입,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종전에 21단계나 되던 행정절차가 7단계로 줄어들었고 물류비용도
무려 87%나 줄어들었습니다.

내달부터는 일부 국내물품의 경우에도 택배회사들과 저장품 택배계약을
체결, 수요기관이 원하는 장소까지 배달해줄 예정입니다.

앞으로 서비스 시장개방에 대비한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효율적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난 4월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 청장 직속으로 조달모니터실을 설치한
이후 각 지자체들도 비슷한 유형의 모니터링시스템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습니다.

모니터실 설치의 성과를 소개해 주시지요.

"조달모니터실은 2만여 수요기관과 많은 업체들이 조달청장과 퍼스널
컴퓨터 팩시밀리 전화등을 통해 직접 대화를 할수있는 통로입니다.

당초엔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4개월동안 운용해
보니까 업무와 관련, 건전한 제안과 건의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아스콘채움재용"으로 석분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돼 있던 것을
건의 내용을 수용, 신기술제품인 "제강분진"도 사용할수 있게 조정했지요.

또 매번 수요기관 요구 규격에 따라 구매하던 "대학교육기자재" 19종에
대해서도 구매요청규격 4백96개를 1백13개 표준규격으로 만들어 일괄
구매토록 개선, 계약건수를 80%나 줄였습니다.

그동안 조달모니터실을 수요기관이나 업계로부터의 건의를 듣는 방향으로
운용했으나 앞으로는 건의를 듣고 수용하는외에 조달청이 수요기관이나
업계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물어 조달행정을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운용해 나갈 생각입니다"

< 정리=이정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