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대천실업전무/경영학박사>

예로부터 윤리 도덕 충효사상을 최우선으로 숭배하는 사회를 소위 양반,
귀족사회로 불렀다.

장사하는 것을 천시하고 점잖지 못한 것들이나 돈버는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선비들은 돈과 거리가 먼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NIT의 폴.샤무엘슨( P.Samuelsom )교수등이
주장하는 "소득의 공평한 분배"를 표방하는 후생경제학이 필요불가결하게
될 정도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현대 경제 사회에 일반화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지금은 부르조아 계급으로 취급되는 양반,귀족사회가 모든 부를
모점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가히 선진국 대열에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다.

1인당 GNP 10,000달러 경제 성장률 8% 수출 1,000억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는 지난75년 GNP 594달러 94년 GNP 8,483달러 지난71년 마이너스
성장,그리고 지난65년 10억달러 수출에서 실로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룬 한민족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적인 면에서 무한한 기적을 낳은 우리는 옛부터
내려오는 도덕 윤리 의식구조및 사회체제의 가치관 즉 질적인 면에서의
미개한 점이 얼마나 많은지를 도리켜 보아야 하겠다.

신속한 성장에만 급급하다보니 속도위반이 너무 심했던 것 같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의 메스컴,경제계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은 "한국의
문화는 빨리빨리 찮아요 문화이다"라는 식의 비아냥을 서슴치 않는다.

저 흉물스럽게 두 동강난 성수대교,대구의 대형가스 폭발사고,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등과 같은 큼직큼직한 인재로 무고한 생명이
얼마나 희생되었는가.

참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뒷전에 두고 관과 결탁하여 부실공사로 빨리
돈만 챙기면 된다는 배금사상,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소위 말하는
부유층의 양반,귀족분들께서는 온고이지신이라는 옛말이 무색하게도
옛 조상들이 가르쳐준 고귀한 윤리,도덕의식을 어디에다 숨겨 놓으셨는지
한탄스럽기마저 하다.

노벨 경제학자인 애로( R.Arrow )는 현대 경제인( Homo-Economicus
)은 재산을 많이 축적하면 할수록 보험료와 같은 기회비용( Oppertunity
Cost )많이 부담하고서라도 보장을 받고자 한다고 하면서 여기서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 )와 역선택( Reverse Selection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자기재산에 대해 보험을 충분히 들어놓은 사람은 화재예방을 애써서
하지않으며,더구나 화재위험이 큰 목적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서둘러
도덕 양심 윤리의 마인드는 경제인에게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극히
현실적인 이론이다.

또한 지금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듯 하다.

우리나라가 양적으로 빛나는 금자탑을 쌓은것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대가가 질적인 허구로 나타나 선진국 진입의 라스트
트랙에서 제동이 걸려서야 되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경제의 도덕성을 찾는데 성장률이 조금 낮아지고 GNP및 수출이 조금
떨어진들 어떻겠는가.

경제의식의 질을 도외시한 볼륨만 올리는 경제는 거품 경제( Bubble
Economy )일 뿐이며 실질적인 득이 없다.

우리 모두 냉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선조들의 윤리 도덕관념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슬기를 보여야 제2의 도약( Take Off )의 발판을 마련할수
있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