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 -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 공동기획 ]]

캄란 카샤니

일류 브랜드들의 수난시대가 시작됐다. 일류기업들은 유통업체 브랜드
를 비롯한 염가 브랜드의 무차별적인 공격속에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나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PC 생활용품 식표품 담배등 여러 업종에서 동시 다발적
으로 나타나고 있다.

IBM은 PC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IBM의 인지도나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기업도 브랜드가
알려진지 얼마 안되는 저가 복제품의 공격에 세계 최대의 PC메이커라는
정상의 자리를 무명업체인 콤팩사에 물려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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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브랜드가 일류 대기업들의 판매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현재 생활용품시장에서 유통업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의
경우 18%,유럽에선 15%를 기록하고 있다.

이 비율만큼 일류 메이커들의 시장이 축소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만으로 일류 메이커들의 브랜드가 소멸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안된다.

일류기업이 브랜드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유통업체의 공세에
반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브랜드 싸움에서도 주도 면밀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면 브랜드 경영전략에 대한 몇가지 키포인트를 살펴보자.

첫째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상품에 단순히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것은 창조적인 일이며 소비자 가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통한다.

둘째로 브랜드 구축은 시장의 경향을 좇는 경영활동이 되어야한다.

효과적인 브랜드 구축작업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상품들을 유사하게 본다.

일류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연히 경쟁이 힘들어진다.

셋째로 브랜드 구축을 통한 소비자의 가치창조는 우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수반해야 제대로 효과를 낸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가운데 하나인 네스카페는
지속적인 품질개선을 통해 커피업계의 정상에 올라섰다.

네스카페라는 브랜드가 나온 지난 38년이후 7차례이상 강력한 경쟁상품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회사측은 커피의 맛과 향기를 개선시켜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제품을 공급했다.

또 오늘날 일본의 소니가 가전분야에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도
오랜 기간을 통해 추진된 품질혁신 노력의 결과이다.

벤츠 코닥 IBM등 잘 알려진 메이커들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신뢰도도 높다는 점에서 여타 기업과 다른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들 유명 메이커들은 더이상 이런 특권을 누릴수
없게 됐다.

이처럼 일류기업 브랜드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은 기업이 시장의
변화를 잘못 읽었거나 브랜드 구축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따라서 브랜드 경영전략은 시장의 변화요인을 집어내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변화의 제일 큰 변수는 소비자들의 기호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또 시장과 상품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

예를들어 고급 승용차를 타는 사람들은 자동차잡지에 공표되는 주행성능
테스트 결과를 본후에 차종을 선택한다.

두번째로는 시장의 경쟁체제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업체가 다른 회사의 혁신을 모방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이다.

예컨대 PC시장에서 불과 몇달 사이에 "염가"를 표방하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과 같은 변화이다.

이처럼 유사제품이 빠르게 출현함으로써 선발업체가 프리미엄 가격과
높은 마진을 올릴수 있는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셋째는 유통업체의 변화자체가 시장변화로 또 연결된다.

오늘날 유통업체들은 메이커 보다 브랜드의 속성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있다.

이들 유통업체는 또 브랜드를 다루는데도 능숙하다.

유통업체의 브랜드가 유명 메이커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포장상태가 불량하다는 식의 선입관이 통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요즘에는 유통업체의 브랜드가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류 메이커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품질을 갖추고 있다.

이런 시대적변화 못지않게 일류 메이커들은 그동안 브랜드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관리못한 자책도 있다.

브랜드운영에서 실수를 범하는 두가지의 대표적인 경우를 꼽을수 있다.

먼저 브랜드에 대한 인색한 투자가 화근이다.

이런 현상은 단기간의 경영이익에만 집착하는 데서 비롯된다.

많은 경영자들이 오랜 기간이 필요한 품질개선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선과정을 거친 제품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은
상식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무리한 가격책정이 문제를 만든다.

한때는 유아용 기저귀의 대명사였던 P&G의 "팸퍼"가 유사제품과의
경쟁속에서 경쟁 제품보다 35%나 높은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사실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조사에서 유명 브랜드 상품과 유통업체 브랜드 사이에
가격차이가 크면 클수록 유통업체 브랜드가 시장에 더 잘 파고든다는
것이 드러났다.

고가품의 천국인 스위스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조사결과이다.

오늘날 경영자들은 시간의 20%정도를 브랜드 운영에 대한 문제에
할애한다고 한다.

게다가 브랜드 기획임원들은 불과 자기시간의 3%만을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한다고 한다.

브랜드가 소멸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더 좋은
"질"을 찾아나섰기 때문이 아니다.

회사가 시장환경의 변화에 적응해 소비자들에게 과거보다 더 많은
효용을 주지 못해 브랜드가 죽어가는 것이다.

브랜드 흥망성쇠의 키는 기업경영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키우는 비결은 무엇인가.

첫째 배우라는 것이다.

과거의 성공에 도취돼 자만에 빠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자만에 빠져있다.

이는 힘들여 키워놓은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격만 갉아먹는 꼴이다.

특히 이것 저것 무질서하게 브랜드를 나열하지 않고 한두가지의 주력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존슨 왁스사는 자사의 불필요한 브랜드와 상품들을 대폭 줄임으로써
자금의 여유가 생겼다.

또 제품의 가격인하를 통해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존슨 왁스사의 브랜드 경쟁력이 더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둘째는 투자를 아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소비자 가치의 창조가
없으면 브랜드를 모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예상외로 큰 돈이 들어간다.

질레트사는 자사의 하이테크 면도시스템인 센서가 부착된 상품의
브랜드를 부각시키는데 2억달러를 지출했다.

이런 노력으로 질레트는 유사제품의 출현을 최대한 억제했다.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덕분에 질레트는 영세업체와 귀찮은
경쟁을 벌일 소지를 아예 제거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개방적인 경영을 하라는 것이다.

브랜드 기획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의 가치창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소비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식품회사인 리비사를 보자. 이 회사는 "엄마에게는 건강을,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재미를"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결합시킨 매우 혁신적인
음료를 개발해 유럽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비사의 성공은 경영진이 어머니와 아이들이 무엇을 이상적인 음료로
생각하는가에 귀를 기울인데서 비롯됐다.

넷째는 리스크를 겁내지 말라는 것이다.

브랜드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전통적인 전략은 먹혀들지 않게 마련이다.

창조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첨단전략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전통에 매달리지 않는 신세대형 경영자도 필요하다.

시계 "스와치( Swatch )"의 탄생이 좋은 예다.

스위스 시계산업에서 소수의 "이단적인"사람들이 극동지방의 저가시계에
대항키 위해 "스와치"를 개발했다.

개발 초기엔 이 저가 플라스틱시계가 스위스 시계 메이커의 명성에
먹칠을 할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결국 1억개라는 엄청난 개수의 시계가 팔렸다.

"스와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국제적인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국제적으로 사고하라는 것이다.

P&G는 국제적인 브랜드를 창조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샴푸에 조절기를 단 이 회사의 혁신적인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의 하나가 됐다.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사용하는 이 브랜드의 성공은 국제적인 스케일의
브랜드 구축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