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물은 모래사이로 흘러가면 찌거기가 걸러져 깨끗한 물로 정화된다.

반대로 바위틈에서 나온 맑은 샘물은 모래사이로 흘러가면 갈수록 더욱
더러워져 폐수가 돼 버린다.

현대 유태문학의 저명한 작가인 지초크 라이프 페레즈(1851~1915)는
"안식일 이야기"라는 작품에서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거나 타락시킬수도
있는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물과 모래의 관계라는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페레즈의 관심은 물론 "영혼"의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인한 산업화가 인간의 영혼은 물론 자연까지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오늘날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지금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아우성 들이다.

학자들은 인간이 주택과 도로건설,농경지개간으로 계속 녹지를 없애고
있는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지구면적의 6%에 지나지 않는 열대림은 1년에 약7,600㎢씩 줄고 있다.

매년 남한땅만한 숲이 사라져 가는 셈이다.

이처럼 숲이 급속도로 사라져감에 따라 매일 50~100종의 생물이멸종돼
간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우리의 현실은 너무 심각하다.

요즘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산적은 없으면서도 60년대
이래 저돌적 개발정책으로 만신창이가 된 산하는 그칠줄 모르고 파괴되고
있다.

산허리를 잘라 길을 내고 아파트를 짓고 골프장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뒤늦게 강원도 산골에 불어닥친 개발소동을 보면 "자연보호"란 구호가
무색해질 정도다.

최근 열린 환경부 학술세미나에서는 70여종의 한국산 동물이 멸종됐꺼나
멸종위기에 놓여있다는 충격적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호랑이 바다사자는 이미 남한에서 멸정된지 오래고 늑대 여우 수달 표범
사향노루등 포유류 18종과 황새 따오기 재두루미등 흔한새 50여종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환경부가 생태계를 복원하는 "생태 네트워크"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지리산 설악산을 대상지역으로 공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다.

도로건설이나 시설물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불리된 두 지역을 육교형다리
터널등으로 연결시켜 동식물이 이동할수 있도록 해주고 생태계의 끊어진
먹이사슬을 이어준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도 중요하지만 보다 시급한것은 생태계 훼손을 막기위해
먼저 보호지역을 설정하고 감독하는 일이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