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1월4일에 캘리포니아의 라코스타컨트리클럽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라코스타골프장은 미국의 PGA투어경기가 열리는 골프장으로서는 최초로
라운드해 본 골프장이기도 하다.

필자가 그곳에 갔을 때는 마침 그해의 PGA투어경기중 최초의 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다.

그래서 그 골프장의 헤드프로인 톰.카이트는 물론이고 수 많은 선수들이
연습라운드를 하기 위해 운집해 있었다.

필자가 그들을 보고 얼마나 감격했었는지 내자는 골프장에서 돌아온
필자의 모습이 마치 요즘 X세대들이 텔레비젼에 나오는 가수나 텔렌트들을
보고 괴성을 지르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자의 비꼼과는 달리 아직도 라코스타골프장이 필자의 인상에
강하게 남아 있는 까닭은, 그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글퍼들을
처음으로 직접 만나본 때문이 아니라, 골프경기의 생중계를 위하여
전기코드의 배선, 카메라받침대 그리고 광고판등이 골프장의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골프경기중계방송이라고는 상상하기도 어렵던
그 시절에, 라코스타컨트리클럽의 골프경기생중계를 위한 시설들은
필자로 하여금 경악하게 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금년 하반기에는 이 땅의 골프장에도 드디어 세계적인 골프들이
방문할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몇몇 골프반대론자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골프붐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다.

더우기 이러한 경기를 앞두고 텔레비젼방송사들간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한 모양이다.

왜냐하면 운동경기중계방송 중에 골프경기의 생중계야 말로 방송기술의
최고임을 증명하여 주는 고도의 기술과 시설을 요구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방송사가 이를 거침없이 중계방송하느냐는 곧 그 방송사의
방송기술이 최고임을 말하여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골프경기의 생중계방송 하얀 공이 푸른 하늘로 솟아 오른다.

기다리고 있던 카메라가 정면으로 비상하여 오는 모습을 잡아서
착지할 때까지 스릴있는 영상으로 이를 담아낸다.

카메라맨은 골퍼의 스윙을 보고 슬라이스일지 훅일지등 구질까지
알아내는 골프전문가이기도 하여야 할 것 같다.

한편 지금은 예사처럼 방영되고 있는 이러한 골프중계기술을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은 영국의 벨영화사의 촬영기사인 에릭 하스라고 한다.

특히 그는 1938년9월5일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홀인원의 장면을
카메라로 잡음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그로 인하여 골프붐을 일으키기도 하였던 같다.

왜냐하면 골프평론가인 패트릭.히모아는 "당시 열두살이던 저는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가 에릭 하스가 찍은
홀인원의 극적인 장면을 보고 골프를 하기로 결심하였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