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민경제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요즘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미상무부의 경제분석국(BEA)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산출법을 "연쇄
가중"(chain-weighted)법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연쇄가중법은 매년 GDP산정때마다 전년도의 가격에 연계해 가중치를 새로
계산함으로써 상대적인 가격변화를 고려하는 방법이다.

특정연도의 달러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현행 기준연도 "고정가중"방식이
가격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연쇄가중법을 적용할 경우 미국의경제가 현재 진단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더욱이 연쇄 가중법은 기존 방법보다 노력과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반면 실제 효과는 별로 없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87년의 달러를 불변가격으로 GDP를 계산하고 있다.

따라서 87년 이후의 가격변화는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는 특히 그동안 가격파괴가 가장 심했던 컴퓨터및 관련제품분야
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몇년간 컴퓨터가격은 급락했지만 GDP는 여전히 실제가격보다 훨씬
높은 87년 가격 기준으로 산출되고 있다.

그결과 GDP에서차지하는 컴퓨터산업의 기여도가 과대평가됐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BEA가 내놓은 치유책이 "연쇄가중"법이다.

이론상 장점에도 불구하고 새 산출법은 기존 미국의 경제진단을 뒤흔들어
놓는다는 점에서 도입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쇄가중법이 적용될경우 경제성장률이나 생산성, 실질임금, 생활수준,
미국의 국가경쟁력등 경제 전반에 대한 각종 성적이 현재보다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새 산출법을 적용하면 올해의 실질 GDP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3.1%에서
2.6%로 하락한다.

특히 컴퓨터산업의 비중은 급격히 떨어진다.

기존 방법하에서 컴퓨터산업은 총 경제성장의 36%를 차지하는 경제의
"엔진"이었다.

그러나 새 산출법을 적용하면 컴퓨터산업의 시설투자 증가율은 연간 13.4%
에서 11%로 둔화되는등 비중이 줄어든다.

생산성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기존 방법에 따르면 미국의 시간당 생산성(농업부문제외)은 지난 73년이후
3차례의 경기사이클에서 연간1%씩 상승해 왔으며 현행 경기사이클에서는
연간 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새방법을 적용하게 되면 지난 70년대와 80년대에는 연간 1.3%, 현재
사이클에서는 불과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리스트럭처링을 통한 감원이 1인당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경제정책연구소의 선임이코노미스트 래리 미셸은 이에대해 "해고로 인해
인원이 줄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출이
둔화되면서 생산량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더욱 큰 문제는 새 산출법이 채택돼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조정될
경우 정책, 특히 연준리(FRB)의 통화정책에 큰 혼란을 주게 된다는 점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은 장기적으로 볼때 생산성향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새 수치를 볼때 미국 경제의 효율성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의문을
던지게 된다.

따라서 경제침체상황에서도 쉽사리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새 산출법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혼란만 줄 뿐 이 방법 역시 질적 변화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업체들의 컴퓨터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실제 생산성 향상이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정부조사에서는 이같은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엔에서도 각국에 바람직한 국민경제 추계방법을 제시하는 SNA(System
of Nation Account)가이드에서 지난 93년 처음으로 연쇄가중법을 포함
시켰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과 실효성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채택을 꺼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이목이 BEA에 쏠리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의 연쇄가중법 도입
이 새 GDP산출법의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