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기관에서 조달된 자금이 그지방에서 활용되지 않고 서울로
유출되는 비율이 6대4정도나 된다고하니 놀라운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관치금융시절에는 지방자금을 중앙으로 당겨다가 배경이 좋은 기업이나
심지어 부실기업에 까지 돈을 대주느라 그랬다고 하지만 요즈음 지방
자금이 서울로 역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방업체의 신용도가 낮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업체의 신용도가 정말 낮으며 그렇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 이다.

물론 지방의 토착기업으로 대성해서 지역경제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알부자도 많다.

이들 기업은 따라서 금융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일반적인 평가기준으로
지방업체의 신용을 잴 경우에는 무리가 따를수 있다.

특히 외형같은 것은 지방업체가 약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외형분포도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지방실정을 감안해
신축성있게 적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금융혜택을 받지 못하는 많은 지방업체의 실질적인 재무구조가
대기업과 진배없는데도 금융기관의 안이한 심사태도로 은행문턱이 높다는
세간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점이라 하겠다.

지방에 있다고 해서 다 지방업체는 아니다.

지방에 있는 커다란 생산시설은 본래 서울 본사에서 확장되어 내려
왔거나 지방에서 커져 본사가 서울로 이전한 경우가 많다.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로 올라가야 사업하기 편하고 이러한
사정들이 서울을 더 경제의 중심지로,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연간 100억원내외의 외형을 가진 어느 지방기업이 관청과 관변단체의
준조세로 시달리다가 서울로 피난을 왔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이러한 사정은 역설적으로 지방에 남아 있는 기업을 중소기업으로,또
이들중 상당부분을 신용도가 낮은 기업으로 분류하게 만든다.

결국 신용도가 낮은 문제는 중소기업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다 쓰러지게 되어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사채를 쓰면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기업도 많다.

정상적으로 금융혜택을 받고 잘만 관리하면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새로운 신용평가방법을 개발하여 고리채를 제도금융으로
치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하여 여러가지로 경쟁여건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소홀하게 다루어진 점이 시장문제이다.

대기업은 대리점과 같은 자체시장이나 독과점시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서울 세운상가같은 덤핑시장에서 역마진으로 팔리는 제품도
고마진으로 팔수가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덤핑시장이 있을 뿐이다.

기술적 우위나 특수한 연고로 자가시장이나 납품시장을 갖고 있는 경우를
논외로 한다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제품은 원가보상선도 확보하기 어렵고
대금지급도 마냥 늘어진다.

더구나 기업구매업무의 관료화로 면책성 저가구입이나 로비성 특혜구입마저
끼어든다면 미묘한 품질차이에 따른 가격차별화는 더욱 어렵게 되고 품질
향상노력은 쉽게 좌절되고 만다.

또 한가지 중소기업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담보대출관행이나 기업내용보다 로비에 좌우되어 대출이 일어나는
금융시장구조하에서는 중소기업이 고리자금을 쓰게 되어 있고 이러한
사정은 중소기업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지방화시대에는 지방중소기업에 대하여 조세감면등 균형을 맞추어주는
시책이 필요하며 중앙행정의 과감하고 대폭적인 지방이양등 경제력의
지방분산을 위한 여러가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관들도 지방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방법을 획기적으로
개발하여 지방기업에 대한 금융을 늘릴수 있도록 노력해 최소한 지방에서
마련된 자금은 그지방에서 순환될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어느나라에나 경제적 약자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그 불균형이 억울하게 만들거나 절망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또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발판이므로 이들이 튼튼하게 자라야 종국적으로
자신들의 경쟁력도 든든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중소기업을 허약하게 만들면 대기업의 앞날이 어둡게 될 뿐 아니라
사회적 안정세력인 중산층을 와해시킨다.

나아가 WTO체제하에서의 국제수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다시 외채압력에
시달리는 비참한 지경으로 까지 반전될 우려가 있다.

지방화시대의 경제문제는 결국 오랫동안의 숙제인 중소기업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금융지원의 확대노력과 함께 여러가지 경영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그 실마리가 풀리게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