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당총서기및 국가주석 취임이 김일성 사망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간 김정일 공식승계 시점에 관해선 온갖 전망과 추측이 난무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현재까지 승계일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김정일이 총서기나 주석직 취임을 않했다고는 해도 사실상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 강성산총리의 사위 강명도씨는 귀순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내
에서 정책결정은 김정일만이 할수 있다.

승계를 늦추고있는 것은 북한주민들이 김일성의 죽음에 의혹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김일성 사망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을 때까지 승계를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북한전문가들도 "북한의 사정으로 미루어 반김정일 세력이
결집되 소지는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김정일은 내용면에서 이미 전권을 장악했으며 형식적인 등극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닥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과연 언제 주석직에 취임할 것인가.

김정일의 승계시기는 지금까지 그의 공식승계를 지연시켜온 여러 요인들이
소멸되는 시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북당국이 주민들에게 승계지연의 명분으로 내세워 왔던 애도기간이
끝나야할 것이다.

통일원산하 민족통일연구원은 김일성 애도기간이 사망1주기인 8일을 기점
으로 종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달12일 김일성 시신을 미이라로 처리, 금수산의
사당에 영구보존키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장례식이 1년만에 완료될 것임을
내비쳤다.

김정일의 건강도 승계시기 결정요인중의 하나다.

한동안 김정일은 몇달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이는 그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횟수가 잦아지고 있어 건강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과의 경수로회담 타결로 대미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잡은데다 연락사무소 개설도 오는 9월중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여 주민들에게
외교성과를 내세울만한 시점에 도달해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때 공식 승계시기는 8일이후, 구체적으로는 9.9공화국
창건기념일이나 10.10 당창건 50주년기념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중에서도 여러 정황을 고려할때 10월10일전후가 등극시점으로 유력하다
는 견해가 많다.

한편 김일성 사망으로 성사직전 무산된 남북 정상회담 성사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일의 공식승계 시기와 맞물려 남북간에 차관급 회담이 열림으로써
정상회담개최가 주요의제로 거론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영삼대통령도 지난달 23일 "김정일비서가 주석직을 승계하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따를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보는 또하나의 이유는 북한의 대남의존도 심화다.

국가경영의 기본요소인 식량과 에너지를 남한에 의존하는 북한으로서는
더이상 남한과 얼굴를 맞대지 않고는 살아갈수 없게 됐다는 것.

따라서 김정일이 주석에 취임만 한다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토대는 마련된다고 볼수있다.

다만 이경우 정상회담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연내실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어느경우도 정상회담의 시기및 장소, 의제 등은 북측 태도에 달려
있는 만큼 차관회담의 진척속도에 따라 빠르면 올해안에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