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는 작고 강한 정부건설을 선거공약으로 세우고 출범하였다.

이를 위해 규제완화는 가장 중요한 정부정책의 하나가 되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각종 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국민과 기업뿐 아니라 대통령과 언론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정부관료들의 추진과정과 내용도 많이 알려졌다.

규제완화정책 추진과정에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강화에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새로운 인식도 확산되었고,세계화추진과 개방확대에
대비한 경제체질개선 노력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규제완화가 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관료의 영향력을 제한한다는
소극적인 차원이 아니라 경쟁촉진으로 물가안정을 이룩하고,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경제체제를 정착시키는 경제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규제완화는 기업활동과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는 단순한
애로요인의 해소가 아니라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고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펴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정책효과를 높이는 수단으로
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평가한 그간의 규제완화 성과는
피규제자인 국민과 기업이 그 효과를 느낄 만한 수준이 아니며,수천건의
규제완화를 했다는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본래 목표의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첫째 완화해야 할 규제의 절대량에 비해 실제 이행건수가 너무나
적었으며,둘째 핵심적인 진입규제나 가격규제의 완화는 피해왔고,셋째
절대적 규제수준은 낮아지지 않았으며,끝으로 정책목적을 가진 규제는
성역처럼 취급되어 2년전과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실패이유는 따로 있다.

첫째 피규제자인 민간의 능력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부족하여 규제완화가
경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규제자인 관료가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자세와 의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부가 아직도 인허가권을 과감하게 포기하지 않고 이를 신고제나
등록제로 바꾼 뒤에도 접수거부를 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 자유경쟁과 가격신호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장경제에
대한 규제집행 관료의 이해가 부족하여 아직도 통제와 지시의 행정력으로
시장을 지배하러든다.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정부도 시장참여자이지 시장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제대로 인식돼 있지 않다.

셋째 글로벌 경제시대에 능력있는 사람을 키워내고 경쟁력있는 기업이
활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행정서비스도 국제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폐쇄경제에서 공공 서비스의 독점공급자가 되어
행세하며 사익을 챙기던 행태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교역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에 외국기업이 마음놓고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정관료가 우리 산업과 기업을 잘 보호해서가 아니라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에 기업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진정 내실있는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