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의 미일자동차협상타결은 극적이었다.

미국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일본산 고급승용차 13종에 대해 1백%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최종시한을 여섯시간 가량 앞두고 양국 대표들은
타협점을 찾아냈다.

이날 합의사항의 골자는 미국의 ''수치목표'' 철회이다.

미국은 일본정부로부터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미국산부품을 구입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대신 일본 자동차업체들로부터 미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산부품을 더 많이 사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한마디로 실리를 챙긴 셈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관리무역''이라는 이유로 거부해온 ''수치목표 설정''요구
를 거부함으로써 자유무역을 수호했다는 명분을 챙겼다.

이날의 협상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 빨리 일본대표단이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를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됐다.

회담도중 일본은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혀 한때 회담이
결렬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정보를 넘어서면서 캔터대표
가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고 일본 NHK방송이 미국의 ''수치목표 철회''
사실을 발표하면서 타결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양국이 벼랑앞에서 합의점을 찾아낸 것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워싱턴 시간으로 28일 자정(한국시간 29일
오후 1시)을 기해 일본산 고급승용차 13개 모델에 대해 연간 59억달러에 달하
는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산 부품 구입확대 <>일본내 미국자동차 판매망 확충
<>보수부품시장의 규제완화 등을 요구하며 일본을 몰아부쳤다.

일본은 그러나 미국이 주력하고 있는 부품구입확대요구는 미국측의 주장
대로 ''업계자율''이 아닌 명백한 ''수치목표 설정''인 탓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양국이 자동차 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상호보복전으로
치닫게 되면 세계경제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일본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엔고를 유도하면 국제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파동을 겪고 일본의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일본이 미국의 보복에 맞서 소문대로 보유하고 있는 미재정증권을 일시에
매도하면 미국은 장기금리가 급등, 경기가 급격히 침체국면에 빠질 수 있다.

나아가 금년초 탄생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양국의 분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엔 이 기구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과 일본은 결국 파국의 길을 피해 공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에따라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는 큰 상처를 입지 않게 됐다.

[[ 미/일자동차협상 합의 주요내용 ]]

<>미국과 일본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했다.

<>미국은 통상법 301조에 의한보복을 철회한다.

<>합의내용은 최혜국대우에 의거한다.

<>일본은 앞으로도시장개방 노력을 경주한다.

<>자동차산업의 국제화.현지화를 기대한다.

<>수치목표 이행여부에 관해서는 미일 양국이 합의한 사항과 자동차메이커
들의 계획(''글로벌비전'')을 감안해 미국은 수치를 계산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기한다.

<>미국은 일본시장에서의 미국산 자동차 판매목표를 문서로 남기되 일본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기한다.

<>WTO 제소는 취소한다.

< 김재익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