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공정거래위 상임위원>

지난달 파리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본부에서는 제67차 경쟁정책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OECD 경쟁정책위원회는 경쟁법및 정책의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대표들이 참석하여 각국의 경쟁법 정책의 최근 동향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관심사를 상호 협의하며 각국 독점금지 당국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위원회이다.

회의 차수에서 알수 있는 바와 같이 OECD 경쟁정책위원회는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위원회로서 최근 UR의 타결과 더불어 관세로 인한
국경장벽이 철폐된 이후에 세계각국의 공정거래법및 정책의 차이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인식하게 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중요한 위원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3년7월 이 위원회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 이래
매년 2~3차례씩 개최되는 이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해 오고 있다.

작년말의 행정조직 개편으로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서는 OECD 선진 각국의 경쟁정책의
최근동향을 접할수 있는 좋은 기회일뿐만 아니라 OECD 경쟁정책위원회의
토의내용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통상의제로 대두되고 있는,이른바
경쟁라운드와 관련해서 가장 선도적이고 전문적인 것이라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OECD 경쟁정책위원회에서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90년대로 접어들면서 OECD 경쟁정책위원회가 중점 토의과제로 삼고
있는 주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다.

하나는 경쟁정책과 무역정책의 상호작용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각 회원국 경쟁법및 정책의 수렴(통합)문제이다.

경쟁정책과 무역정책의 상호작용의 문제라 함은 무역과 경쟁 두가지
정책이 상호 중복 또는 마찰을 일으키는 분야에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반덤핑 규제나 수출입카르텔에 대한 규제등이 그 대표적인
분석대상이 된다고 할수 있다.

특히 반덤핑규제의 문제에 있어서 경쟁정책위원회는 그동안 선진각국이
철강 가전 반도체등의 분야에 있어서 실시하고 있는 반덤핑규제가
특정국에 대한 무역보복,또는 자국의 비효율적인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반경쟁적.무역저해적인 정책수단으로 남용되어 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앞으로 반덤핑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는 경쟁정책적인 관점을
도입하여 독점화의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독점적 덤핑만을 규제대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특정국의 독점기업이 자국시장에서 확보한 독점지대를 배경으로
수입국 시장에 전략적 또는 약탈적인 덤핑행위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수입국에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여 이를 규제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경제적인 효율성 측면에서 볼때 후생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산업보호등 전세계적인 후생증진의 목적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악용되기 쉽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고 수출국이 자국의
독점기업의 해외시장에서의 약탈적 행위에 대하여 자국의 경쟁법을
적용하여 규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국의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
수출국이 자발적으로 법적인 제재조치를 취해줄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각 회원국경쟁법및
정책의 수렴문제 그리고 각국 경쟁법의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당국간의
협력강화문제등이다.

즉 회원국의 독점금지법을 어느정도 통합시키고 각국 독점금지당국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함으로써 각국의
독점금지법의 상이 또는 그 집행강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국제무역의
장애요인을 해소해 나가자는 것이 바로 경쟁라운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회의를 통해 확정된 "국제무역을 저해하는 경쟁
제한적 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회원국간 협력에 관한 이사회 권고수정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수 있다.

이 권고안 개정작업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해온 것으로 당초에는 각국의
독점금지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비밀정보를 회원국 국가당국이 상호공유
할수 있도록 비밀준수의무에 관한 국내법을 개정하는 문제까지 언급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수 회원국의 반대로 인해 이번 개정에는 반영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각회원국 경쟁당국간에 이루어질수 있는 협력의
유형을 보다 구체화하여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앞으로
독점금지법 집행에 있어서 회원국간 협력이 보다 강화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는 OECD 경쟁정책위원회의 논의내용중
하나는 최근들어 통신 해운 환경등 그동안 특수한 국가목적 달성을
위해 정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규제해왔던 경제부문의 규제완화및
개방문제를 경쟁정책적인 관점 또는 수단의 도입을 통하여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노력은 OECD 회원국의 경우 경쟁정책이 단순히 경제정책의
일부분을 차지하는데 불과한 것이 아니라 경제정책 전반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앞으로 OECD 회원국 가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향후
공정거래법및 정책의 운영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할수
있다.

이와같은 OECD 경쟁정책위원회의 논의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어
어떠한 결론을 맺게될 것인지의 문제를 지금 단계에서 전망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수 있으나 독점금지법의 집행과 관련한 국가간의 협력강화
요구및 각국 경쟁정책의 적용범위확대문제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여
OECD 경쟁정책위원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두가지 작업과제임은
틀림없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