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 코리아리서치센터 사장 >

제록스사가 복사기 제조를 시작했을때 마케팅 담당자들은 판매가 예상외로
부진하자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복사기를 판매하는 대신 복사 장당 몇원 하는식의 조건으로 원하는 기업체
에 복사기를 설치할 것을 제의한 것이다.

이와같은 기발한 마케팅 전략이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제록스사는 복사기
판매보다는 복사상품 판매를 더 선호하게 됐다.

위의 사례는 전통적이고 일상적인 기업관행에서 벗어나는 혁신적인 사고가
새로운 이윤추구의 기회를 열어줄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다음과 같은 야마하 악기사의 사례는 이와같은 상황을 보다 뚜렷하게
보여준다.

야마하사는 전통적인 피아노상품 판매가 부진한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있다가 신규 고객외에 피아노를 이미 구매한 고객들에 대해 주목하게 됐다.

놀랍게도 피아노를 이미 구입한 고객들을 관찰해본 결과 그들은 기껏해야
1년에 몇번, 그것도 부모나 자녀의 생일이라든지 할때만 단 몇분 또는
한두시간 밖에는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입장에서 욕구가 무엇일까를 찾아
보았다.

그 욕구는 단적으로 "피아노를 침으로써 생활속의 즐거움을 누린다" 또는
"피아노 연주를 통하여 아름다운 예술세계를 직접 경험한다"는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이와같은 발상의 대전환을 통하여 개발해 낸 신상품이 바로 "PIANO PLAYER"
(피아노 연주기)였으며 이 상품이 지금 일본 현지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공전의 대히트를 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조직이 히트상품을 탄생시키기 위하여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값이 싸야 한다.

둘째 품질과 성능이 사용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셋째 신속한 배달을 포함하여 제반 서비스가 탁월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교수에 의하면 첫번째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전반적 원가주도전략, 두번째와 세번째는 마케팅에 의한 차별화전략이라고
하였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들 가운데 이러한 전략 자체가 하나의 일관된 조직
문화로 구현되어 있는 모습을 볼수 있는데 IBM은 마케팅에 의한 차별화
조직의 예, 일본의 혼다기연은 기술에 의한 차별화 조직이며 그리고
코카콜라사나 맥도널드 햄버거사는 전반적 원가문화주도의 조직의 예라고
할수 있다.

이들 기업보다 한차원 높은 단계에서 원가 품질 기술 서비스의 모든 면에서
세계제일을 자랑할수 있었던 도요타사가 현재 고전하고 있는데서 볼수있는
것과 같이 이 지구상의 어떤기업도 영원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절대 우위의
초우량기업이 될수는 없다.

이상의 사례를 통하여 보면 히트 상품이 창출될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은
첫째 작은 실패를 허용할수 있는 조직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실패는 커다란 성공의 어머니이다.

고객의 숨은 욕구를 구현한다는 것은 소음속에서 감동적인 음악을 창조하는
것과 같이 지극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작은 실패를 통하여 고객의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둘째 경쟁자를 의식하기 전에 먼저 고객의 마음을 읽을수 있는 조직이라야
하며 Target Group에 대한 광범위한 재인식을 필요로 한다.

진정한 해답은 바로 고객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고객이란 바로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 바로 그 자체인 것이다.

사람의 목적과 가치관을 깊이 공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교세라의 아메바형 조직의 사례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할수 있도록 자유 평등 책임의
공동체를 구축하여야 한다.

유연성이 사라진 조직은 기능이 마비되고 정지되어 버린 조직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