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의 이름은 ''해송회''. 1988년 9명의 산업역군들로 구성되었다.
왜 하필이면 해송회인가.

거기에는 9명의 회원들만의 은밀한 사연이 있다.

우리들은 1960년에서 65년까지의 5년간 포항해변의 해송무리 부근에서
함께 젊음을 불태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통신전자기지''에서 때론 영하25도의 강추위를 무릅쓰고 불철주야
맡은 바 사명을 완수했던 것이다.

벌써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의 우정은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해송회''의 유래는 물론 포항해변의 해송을 상징한 것. 이 해송에는
일반 소나무와는 비교할수 없는 장점들이 있다.

우선 해송은 바다소금기로 자연소독이 돼있기 때문에 끈덕진 송충이떼
도 감히 범접을 못한다.

우리 회원들도 해송처럼 절대로 부패하지 않고 오염되지 말자는
소박한 염원이 ''해송회''라는 명칭에 담겨있다.

또한 해송은 태풍이 불어도 여간해서는 꺽이지 않는 강인한 기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 회원들도 불퇴전의 기백으로 사회의 한 모서리에서나마 조물주
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을 다 하자는 범심이 또한 ''해송회''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20대에 헤어진지 20여년만에 다시 만난 우리 9명은 비록 40~50대로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었지만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각고끝에 튼튼한
사업기반을 닦아놓았다.

서울 경북 제주도 충청도에서 각기 생업에 종사하다가 2개월에 한번꼴로
만나 해풍을 맞받고 서있는 소나무의 기백을 회상한다.

연말연시와 봄철에는 부부동반이 불문율.

오는7월에는 시내 은평천사원(고아원)을 찾아 책과 옷가지를 나눠주겠다고
부인들의 마음은 자못 설레고 있다.

회원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필자가 회장으로 심부름을 맡고 있으며 그외에 무역업에 종사하는
제주출신 고양훈회원(에이스 사장), 김장융회원(일동전자 사장),
사진작가겸 만담가(?)인 이희화회원(청솔사진 회장), 안동에서 건설업을
하면서 안동라이온스 회원으로 활약하는 김중석회원(합동중기 사장),
서울에서 무역업을 하는 장원길회원(유신상사 사장) 육류수송업에
종사하는 명창(?) 전봉석회원(대동운수 사장), 염료제조분야의 베테랑
조상신회원(중앙실업 사장),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의 단골 순례코스의
하나를 경영하는 최돈방회원(삼원가든 이사) 등.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