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말썽도 많았다.

지역감정 유발,3김과 세대교체론등 중앙정치의 대결,지나친 인신공격등이
부각된다.

그러나 옛날 선거에 비하면 크게 달라졌다.

이나라 민주주의 장래가 밝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문제의 소재는 유권자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참여의식이다.

정치의 저수준을 나무라기 전에 앞으로 투표까지의 나흘동안 개별
유권자가 잘만 하면 된다.

한사람 한사람이 선거참여는 나의 권리이며 동시에 의무라는 확고한
생각으로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정시한다면 남이 뭐란들 무슨 문제인가.

첫째로 경계할 일은 투표를 자기일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일로
아는 유권자의 착각이다.

여기서 뭐라도 받지 않고는 투표소에 나가 누구를 찍기가 허전하고
억울하기 까지의 느낌이 따른다.

더구나 새 선거법이 돈뿌리는 운동을 엄금함에 따라 이번 선거는
그전처럼 흥청망청 공짜제공이 없어서 흔히 잔치기분이 안난다는
말들이 주변에서 돈다.

이런 먹자판 잔치의식이야 말로 선거문화향상의 최대의 적이었고
부패정치,저수준정치의 원천이었다.

둘째 4대 통합선거라는 복잡성을 유권자 스스로 극복하는 일이다.

투표소에 들어가 네사람을 한꺼번에 찍는다니까 후보자 선택은 커녕
어떤 자리를 뽑는지 조차 판단키 어려웠던 혼란은 처음 누구나 같았다.

그러나 10여일 사이 최소 단체장쯤은 윤곽이 잡혔을 것이다.

문제는 오늘 내일 주말을 이용해 배달돼온 후보소개 공보물을 차분히
정리해서 분석하는 노력을 단 한시간이라도 기울이느냐 여부에 달렸다.

더 여유가 있으면 가까운 유세장에 나가보고 듣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정도도 귀찮다고,일이 중하다고,여가를 즐기는데 바쁘다고
피하고 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그런 국민이 많은 나라에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사치다.

우익이건 죄익이건 독재를 자초하는 일이고 자유를 파는 소행외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런 태만한 사람가운데 언필칭 민주주의 고창과
불평불만이 많다는 모순이다.

꾸준히 자기에게 주어진 권리 의무를 피하지 않고 행하는 사람은
말은 아끼고 실천을 앞세운다.

셋째 사람을 고름에 있어서 엄청난 일을 다 할수 있다고 공약하는
허풍선이 후보,앞뒤 안맞게 거짓말 잘 둘러대는 사람,손톱만한 과거를
모두 열거해 자기자랑에 바쁜 사람보다,적은 약속을 하고도 지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찍는 일이다.

금품으로 환심사려는 후보의 경계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그런 후보가 당선되면 밑천을 뽑기 위해 부정을 저지를 것이 불보듯
분명하다.

더러 모은 돈 정치에 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드문 일이다.

더 많이 벌려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다.

이렇게 유권자의 안목이 한단계한단계 쌓여갈 때 어중이떠중이 청치인,
사기성 지도자의 등장은 봉쇄되고 이 땅에 참다운 지방자치,참다운
민주주의가 뿌리내려 민주통일 한국은 틀림없이 올 것이다.

선거관리 당국은 민주선거 기반의 확립자라는 영예를 걸고 끝까지
공명선거 확보에 땀과 양심을 쏟아주기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