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t의 쌀을 북한에 무상지원키로한 남북당국자간 북경회담이후
경제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한간 경제협력의 물꼬가 지난번의 경수로합의에 이어 이번에
다시 쌀문제가 원만하게 타결됨으로써 다음 순서로 틔게 될것이라는
기대때문이다.

이달 13일 남북경제협력특위를 구성,일찌감치 대북경제협력채비에
나선바있는 전경련은 쌀회담막바지인 지난 20일 특위위원장인 장치수
고합그룹회장을 북경에 굽파,각종 협력사업계획들을 이미 협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무역진흥공사는 23일부터 3일간 중국의 경제특구인 심양에서
다수의 남북한기업인이 참가하는 임가공무역상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50여명규모의 중소기업인 방북단 파견을 통일원에
곧 신청할계획이라는등 앞으로 크고 작은 기업들의 대북경협사업이 흡사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올 조짐이다.

경제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만하다.

장기간 단절되고 얼어붙어왔던 남북관계에 비로소 변화가 올 조짐이
이번에는 그 어느때보다 확실하다고 여길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수로의 경우는 물론 쌀회담에서도 북측은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바로는 남한당국의 존재를 인정하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실질내용에서는 인정했고 당국자간의 합의임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오는 7월중순 2차회담을 갖기로 합의 함으로써 계속적인
대화가 예정되어 있다.

더욱이 이번에 합의된 15만t이외에 추가로 15만t을 또 지원할 가능성이
비쳐지고 있어 남북간 대화와 접촉은 장차 당국과 민간등 다양한
레벨에서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한다.

이런 상황이니만큼 경제계의 부산한 움직임을 이해할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스런 마음을 감추기 어려운게 지금 순간의
숨김없는 심경이다.

우선 우리는 아직 북한의 진의를 모른다.

쌀합의의 속셈을 알수 없다.

도움을 받는 처지에,그것도 공짜로 얻어먹는 입장에서 시종 까탈스런
요구가 많았음은 어떻게 해서든 조속한 대화를 바라는 남측의 입장을
교묘히 이용한게 아닌가 보인다.

또 북측의 진짜 목표는 미.일과의 조속한 수교등 관계개선이며
미.일 역시 같은 생각이란 점을 이용해서 쌀등 긴요한 물자를 얻어내
7월8일의 김일성사망 1주기에 뒤이은 김정일체제로의 순탄한 이행을
도모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보인다.

따라서 지난날 수없이 그래왔듯이 언제 어떤 트집을 달아 대화를
거부가거나 중단할지 모른다.

경제계는 그점을 명심해서 냉정하고 차분하게,그리고 조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준비는 열심히 하되 행동은 서두르지 않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과당경쟁을 삼가야하는 것은 말할것 없고 당국간 대화와 접촉,그리고
투자보장협정과 청산계정등 결제방법에 관한 협의 추이와 보조를
맞춰가면서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북측의 속셈과 현실을 모른채 우리경제계가 남북경협에 너무 들떠
있는듯한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