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엔고문제등으로 기술이전을 하지 않으면 일본기업자신들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에의 기술이전이 유망한 것으로는 어떤 것을 들수 있겠습니까.

"한국과는 역시 일렉트로닉스 통신 컴퓨터 반도체분야등의 협력이 유망
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경우는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다는 최대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라면 한국과 수평분업도 가능하다는 생각이에요. 여타동남아
국가들과는 수평분업은 생각하기 어려워요.

섬유같은 경공업분야의 경우는 인건비수준을 생각할때 경쟁력이 없다고
봅니다"

-자동차분야의 협력은 어떻습니까.

"자동차는 최근 컴퓨터덩어리가 돼가고 있어요. 일본제자동차가 세계각지
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컴퓨터등 내부설비가 좋기 때문이지요.

이런 사업은 교육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와는 협력이 불가능한 분야입니다.
그런 점에서 삼성자동차와 닛산자동차의 제휴같은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올해초 도요타 쇼이치로경단련회장을 만났더니 도요타회장은 한일기업들이
제3국에 공동진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서로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면서 대외신용도를 높여 수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요.

한국은 인구가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등 시장이 좁기 때문에 수출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이지 않습니까.

일본으로서도 대규모무역흑자문제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자꾸 수출을
늘려갈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한국인들을 많이 접촉하고 계신데 한국인과 일본인의 국민성의 차이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경제와 관련해 말하자면 일본인과 한국인은 상품을 만드는데 대한 사고
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봅니다.

일본은 직인국가라고 이야기할 수있을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집착하면서 물건을 만들지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을만한 1 정도의 오차에도 일본인들은 대단히 민감합니다.

일본인들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경우도 이정도 오차가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좋은 제품으로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일본경제상황은 어떻습니까. 최근엔 공황을 우려하는 소리까지도 나오고
있는데요.

"50년이상 금융계에 몸담아 왔기 때문에 실감할 수있지만 최근의 경제상황
이 대단히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엔고라든지 디플레국면의 도래라든지 많은 부분이 쇼와공황때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와는 다른 측면들도 있기 때문에 공황이란 극한상황이 올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당시와의 차이라면 어떤 점들인가요.

"정확한 숫자는 알수 없습니다만 당시는 정말 실업자가 많았습니다. 현재도
실업률이 3.2%로 전후 최고수준이기는 하지만 요즘엔 실업보험이 잘 돼
있어요.

실업이 늘더라도 개인소득이 갑자기 대폭 감소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지요.
또 디플레라고는 해도 쇼와공황시절처럼 상품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쇼와공황의 경우는 미국의 경제공황이라는 특수한 외부여건도 크게 작용
했었지요"

-그럼 조만간 경기회복국면이 올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경기가 빠른시일내 회복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봐요. 경기를
살리려면 정치권의 협력적인 분위기와 적극적인 경기자극책이 필요합니다.

사회간접시설이나 환경정비사업등 대대적인 공공공사를 펴야 해요. 아마
적어도 20조엔정도는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정도의 자금을 푼다면 인플레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리라고 생각
되는데요.

"인플레를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값싼 수입품의 증가와 가격파괴
등으로 현재 디플레의 상태에 있으니까요.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만해도 1천조엔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0조엔은 절대금액에서도 그리 큰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플레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금융기관의 불량채권문제도 일본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생각
됩니다만.

"일본의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현재의 불량채권규모는 그리 크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내용이 좋지 않은 중소금융기관이 쓰러졌을 경우
발생할 신용불안입니다.

괜찮은 금융기관에까지도 불신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불량채권문제해결을 위해 공공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요.

"많은 비판이 있지만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주택전문금융회사들에게는 공적자금이 반드시 투입돼야 합니다.

이들의 채권은 절반이상이 불량채권이에요. 일반은행들의 경우도 구제조치
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지원조치가 없을경우 적극적인 융자활동이 어려워져 경제활동을 저해하게
될 것입니다"

-일한경제협회회장으로서 국교정상화30주년을 맞아 한국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불행한 일들도 일부
있었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줄기차게 이웃과 전쟁을 치러온 유럽국가들
에 비교해 본다면 오히려 싸우지 않고 잘 지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좋은 관계를 앞으로 더욱 육성발전시켜 나가도록 양국민이 함께 노력
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