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멀티미디어기기로 차세대 시장을 뚫어라" 삼성전자의 "피코"와
LG전자의 "CD-I(대화형 콤팩트디스크)".

이들 제품은 멀티미디어시장 선점을 위해 두 회사가 내놓은 첨단병기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교육용 기기라는 것.미래의 소비자라고 할수 있는
유아와 학생층을 집중공략해 차세대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의 피코는 유아용 게임기다.

지난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이 제품은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한
컴퓨터 학습놀이기구.

일본 세가사와 손잡고 내놓은 게임기다.

하지만 그 기능이 교육용에 집중돼 있다.

이 제품은 TV와 연결해 그림책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화면속에서 생생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화면속의 그림들이 움직이면서 말을 하기도 한다.

또 전자펜으로 그림책의 내용을 터치하면 주인공들이 움직인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고 원하는 색을 칠할수도 있다.

뿐만아니라 음성합성 반도체를 이용,동물의 울음소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과 관련된 타이틀 5종류를 시판중인데 올해안에
10여개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이 유아들의 자체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대화기능이다.

그림책의 경우 사용자가 지정하는데 따라 주인공이 움직이도록 구성한 것.

"가나다라"등 한글을 혼자 깨우칠수 있도록 했으며 영어공부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색을 입히도록 했다.

혼자서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는 얘기다.

LG는 CD-I의 소프트웨어를 유아용과 일반 교육용 두가지로 공급해 학습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아용 CD-I는 비디오처럼 TV와 연결한 뒤 조종기로 CD(콤팩트디스크)안에
담긴 정보를 대화하듯이 얻을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PC(개인용 컴퓨터)보다 조작이 간단한 것이 장점이다.

"미술공부"타이틀의 경우 조종기로 원하는 색을 찍어 TV화면에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종이가 아닌 TV에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신기해하며 싫증을
내지 않는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유아 학습시장 진출을 위해 직접 판매와 함께 대여제도를 실시
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 미술학원등을 중심으로 초.중.고등학교까지 900여곳에
1,000대의 CD-I기기를 빌려주고 있는 것.

실제 CD-I를 활용하고 있는 유치원에서는 CD-I로 대부분의 수업을 진행
하고 있다.

예컨대 한글수업시간에 CD-I를 켜면 세종대왕이 나와 춤을 춘다.

그리고 자음과 모음의 특성을 설명하고 "가나다라" "나비" "우리나라"
등의 글을 가르친다.

이어진 미술시간에는 TV에 여러가지 도형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리모컨(둥그런 볼을 굴려 작동하는 방식)을 이용해 화면 귀퉁이
에 있는 팔레트에서 색을 찍은 다음 도형에 칠한다.

색칠한 그림을 퍼즐로 만들어 다시 맞추기도 하고 색을 지우고 다른 색을
칠해보는 등 자신의 상상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술시간이 끝나면 음악시간.

이때는 "동요나라"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각종 동요를 들려준다.

유치원의 기본학습시간인 한글 음악 미술수업이 CD-I로 완벽히 진행되는
셈이다.

LG는 성인학습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영어회화용 타이틀을 개발해 보급에 나서고 있는 것.

ISE라는 회원제도를 도입,회원에게 CD-I와 관련,영어회화용 타이틀을
공급하고 있다.

사업시작 2개월만에 5,000여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서울 양정고 현대고 대원외국어고 등 60여개 중.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에 활용중이다.

지난 89년 유아용 컴퓨터인 "코보"를 내놓은 경험이 있던 대우도 최근
유아용 멀티미디어기기 시장에 재도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전자업체들이 이처럼 교육용 멀티미디어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습시장이 규모도 크지만 폭발적인 잠재수요를 갖고 있어서다.

멀티미디어기기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에게 흥미로운 기기다.

책과는 다른 차원의 학습장치다.

미국등에서는 이래서 멀티미디어기기를 오락과 교육을 겸한 에듀테인먼트
(Edutainment)용 기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락과 교육기능을 겸비한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동기를 유발
할수 있다는 것이 전자업체의 생각이다.

전자업체들은 교육용 기기 판매를 통해 멀티미디어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게임기를 비롯한 국내 멀티미디어기기시장이 미국이나 일본보다 침체된
것은 "공부에 방해되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생각때문이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게임기나 CD-I가 오락기능만 강조돼 실구매자인 학부모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

교육용 기기의 보급을 통해 이처럼 왜곡된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멀티미디어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학습과
오락기기로 겸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 알려지면 시장규모는 컴퓨터를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3세이상의 미취학아동수만해도 전국에 350만명이 있다는 것.

여기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습교재로 사용하고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영어회화용으로 이용할 경우 시장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설명이다.

"멀티미디어산업이 얼마나 빨리 자리잡을수 있는 가는 교육용 멀티기기가
어느정도 보급되느냐에 달려있다"(삼성전자 김건중 멀티미디어추진실장)는
이야기처럼 멀티기기로 시장확대와 매출이익확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쫓고 있는 전자업체들의 전략이 성공할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