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귄터 베예르홍보부장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세계화의
첫걸음이라고 운을 뗀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시판중인 노트북컴퓨터 "싱크패드701C"를 예로
들었다.

IBM은 이 신제품에 앞서 싱크패드700시리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IBM은 그러나 소비자들이 크기가 좀더 작아 들고다니기 편한 컴퓨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본체크기를 줄이기는 쉬웠지만 문제는 키보드였다.

키보드가 너무 작아지면 치기가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3년전부터 해결책을 강구했다.

그러던 지난 93년초,사무실책상앞에 앉아있던 존 커리디스라는 한
IBM기술자는 불현듯 블록쌓기놀이를 하던 딸아이가 생각났다.

순간 딸이 갖고노는 블록이 두개의 부품으로 나눠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바로 이거다"싶었다.

그는 곧장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를 복사기로 갖고 가 키보드부분을
복사했다.

그런다음 사무실바닥에 주저앉아 오후내내 가위로 각 키를 자르고
오려붙였다.

키보드가 두갈래로 나눠지면서 움직일수 있도록 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년후인 올초,IBM은 본체는 줄이면서 키보드는 오히려 좀더
커진 싱크패드701C시리즈를 세상에 내놓는데 성공했다.

이 신형 컴퓨터는 덮개를 덮으면 일반 노트북컴퓨터에 비해 가로세로가
약1인치씩 작다.

그러나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키보드가 좌우로 펴져 일반컴퓨터보다
키보드가 좀더 길어진다.

덮개를 닫으면 키보드가 접혀져 덮개안으로 쏙 들어간다.

이처럼 키보드가 접혔다.

펴졌다하는 특징때문에 "버터플라이(나비)"라는 애칭을 듣고 있다.

이 제품은 지금 물건이 없어 못팔 지경이라고 베예르부장은 말한다.

대당 3,779달러나 되지만 편리성때문에 대히트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IBM은 지난주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가격도 3,199달러로 내렸다.

IBM의 이 예는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면 성공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확인시켜준다.

또 제품의 디자인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버터플라이는 기존제품의 성능개혁이 아니라 디자인만을 개혁한 것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