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처음 독립관을 마련한 해이자 베니스비엔날레 1백주년이 되는
해에 상을 받게돼 정말 기쁩니다. 한국관 개관을 위해 힘쓴 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방황하는 혹성들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이라는 설치작품으로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하고 17일 귀국한 전수천씨(48)는 한국인의
혼을 세계미술인들에게 심어줬다는 사실이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흙인형과 산업폐기물을 유리상자 아래 함께 배치, 심사위원들로
부터 고대와 현대의 간극이라는 복잡하고 야심찬 주제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풀어갔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의 출발점은 신라 토우였습니다.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전통적인
토우인형을 가장 현대적으로 진열해 보겠다는 것이 의도였습니다. 외국
관람객들이 환상적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잘만하면
세계무대에서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베니스의 따가운 햇볕 탓인지 검게 그을린 얼굴의 전씨는 한국관 건설공사
가 늦어진데다가 60일동안 한정된 장소에서 작품을 설치하느라 고생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베니스전시가 끝나면 연말께 일본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한국관 출품작가 4명중 최연소자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새로 기획한
"올해의 작가전" 첫 초대작가가 되기도 한 전씨는 "올해가 행운의 해인
모양"이라며 웃었다.

전씨는 전북정읍태생으로 일본무사시노미대와 와코대에서 회화및 예술학을
전공한뒤 미뉴욕프랫인스티튜트대학원을 수료했다.

89년 서울올림픽1주년기념 "한국수상드로잉전"과 "움직이는 문화열차"를
기획했고 93년 대전엑스포상징조형물인 "비상의 공간"을 제작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