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세이 패시픽 에어웨이스사가 지난 1일 홍콩과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를 주2회씩 연결하는 직항노선을 개설,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캐세이 패시픽은 이로써 경쟁회사들에 한 발 앞서 새로운 유망노선을 확보
하는 기민함을 보여줬으며 국제 항공업계에 밀어닥치고 있는 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또 하나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수라바야는 지난 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항공업체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물론 인도네시아내에서는 2번째로 큰 도시였지만 국제 항공회사들에게는
이스트 자바의 경제중심지격인 항구도시쯤으로 비치는게 고작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80년대 들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각종 해외투자 규제조치를 풀면서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지에서 자금이 몰려들어 새로운
유망투자처로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지난해까지 수라바야지역에 투자된
해외자본이 2백60억달러에 이르는등 투자붐이 일고 있다.

그 결과 이곳을 방문하는 기업인의 발길이 잦아지게 됐으며 이와 함께
브로모화산등을 찾는 관광객들도 해마다 늘어나 수라바야를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매년 30%가량 증가하는등 아시아지역 항공업체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러나 홍콩과 수라바야간을 연결하는 직항노선은
없었다.

홍콩에서 수라바야를 가려면 자카르타나 덴파사공항, 싱가포르를 경유해야
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캐세이 패시픽이 직항로를 개설, 뉴질랜드나 호주 일본
대만등 수라바야 직항노선 개설을 검토중인 아시아항공업체들에 앞서
선수를 쳤으며 특히 노선이 비슷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업체들
에게는 일격을 가한 셈이 됐다.

물론 홍콩~수라바야간 직항로개설이 곧 캐세이 패시픽사가 당장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수 있는 "노다지" 노선을 갖게 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의 의미는 캐세이 패시픽 노선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살펴봐야 제대로
파악할수 있다.

캐세이 패시픽의 노선전략은 다소 특이하다.

대표적인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틈새시장 전략"이라 할수 있다.

남들이 주의를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 노선을 찾아내 과감히 투자, 거기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캐세이 패시픽은 주 2회씩의 직항편을 투입해 홍콩과 호주의
휴양도시인 케언즈를 연결하는 정기항로를 갖고 있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이 여름철 성수기때면 서울~시드니간 정기노선이 9번정도
케언즈를 경유하도록 한다는 사실만 봐도 캐세이 패시픽 노선전략의 특이한
한 단면을 읽을수 있다.

하지만 홍콩~케언즈노선 뿐만이 아니다.

캐세이 패시픽은 그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속 항공사외에는 직항로개설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던 요하네스버그에도 주 2회씩의 직항편을 투입하는등
27개국 44개 도시를 잇는 노선 가운데 10개 가까운 노선이 이같은 전략적
토대 위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캐세이 패시픽 관계자는 설명한다.

캐세이 패시픽의 노선전략은 고객지향적인 서비스전략에서 비롯된다고
할수 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최근 항공기 교체비용으로 미화 90억달러를 책정하고
보잉 777기종을 11대 발주하는등 좌석수가 비교적 작은 장거리기종의 구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승객들이 직항노선을 선호하는데 따른 것이다.

이 기종은 747보다는 작기는 하지만 승객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노선에
투입하면 경제적인 동시에 고객만족도를 높일수 있는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일부 유럽연합(EU)회원국과의 항공시장 개방협상을 진척
시켰으며 아시아지역은 항공요금 카르텔이 해체되는등 세계 항공시장에는
이제 무한 경쟁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조짐이 역력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진다해도 틈새시장의 존재영역은 분명히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캐세이 패시픽의 전략은 눈여겨 볼만 하다.

[ 수라바야(인도네시아)=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