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발달된 오늘날에는 내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서 얼마든지
경제활동을 할수 있다.

이때 금융기관은 사업전망이 좋고 신용있는 우량고객을 선별하고
발굴하여 대출을 해주게 된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돈을 대주는 금융중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쉬우며 대출수요나 투자선을 잘 선별하지
못하면 부실채권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부실채권이 누적되면 금융중개기능이 제한을 받아 신용위기로
악화되게 된다.

비근한 예로 80년대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사태및 90년대이후 일본
금융기관의 거액 부실채권 누적을 꼽을수 있다.

미국의 경우 70년대 후반에 금융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주택금융을 주로 취급하던 소규모 저축대부조합이
수천개나 파산하는 바람에 예금보험업무를 맡은 연방저축대부보험공사
(FSLIC)의 기금이 바닥이 났다.

미국정부는 FSLIC 를 연방예금보험공사( FDIC )에 흡수시키는 한편
89년에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하여 부실저축대부조합의 자산을
매각했는데 올해 3월에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모두 2,50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또한 80년대 후반 미국상업은행의 개도국대출,기업매수용대출,부동산대출
등 이른바 3L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지난 91년기준으로 부실채권이 총대출의
5.6%에 달해 한때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우리와 금융관행이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이 지금 처해있는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90년대초반 거품경기가 꺼지면서 방만했던 부동산담보대출이 부실채권이
되었는데 그 규모가 40조엔에 달한다고 최근 일본 대장성이 밝혔다.

이는 지난해 일본국내총생산(GDP)의 8.6%,은행총대출의 6%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인데,일부에서는 주가하락에 따른 주식투자평가손 등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채권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총100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부실채권규모가 이처럼 엄청난것으로 드러나자 신용평가회사인 무디
( Moody )사는 부실채권상각이 20년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일본
금융당국의 사태수습능력에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몇몇 일본은행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부실채권 때문에 대출여력이 부족해 기업도산이 늘고 경기회복도
지지부진한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급격한 엔고사태까지 겹쳐 사태수습이
막막한 실정이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말 일반은행의 부실채권은 1조8,526억원으로
알려졌지만 6개월이상 이자지급이 연체된 고정여신까지 합하면 10조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더 늦기전에 미국과 일본의 예를 참조하여 부실채권정리를
서둘러야겠다.

주요대책으로는 부실채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개,가능한 범위에서
신속한 대손상각,감량경영및 부실금융기관의 흡수합병,금융기관경영진의
책임경영강화 등이 꼽히며 필요한 경우 세제.금융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