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대외경제정책연 부원장>

미일간 자동차무역마찰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들 찾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지난 23~24일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각료회담에서도
미일양국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협상에 진전이 없음이 보도되었다.

미일무역분쟁에 대한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는 당사국들이
각각 세계교욕순위 1,3위라는 점에서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게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미국과 일본의
접근방식이라고 하겠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가 다자간교역체제로 새롭게 출범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 조치로 간주되고 있는 미 통상법 301조의 신뢰도를 크게
저하시킬 뿐아니라 미통상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더욱이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 제재조치에 대해 일본은 이미 WTO에
정식으로 제소해 놓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미국의 입지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금번 미일 자동차분쟁에서 취하고 있는 일본의 태도에도 적지않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자동차 관련부문에서 연간 370억달러가량의 대미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장개방확대요구를 관리무역으로
규정짓고 시종일관 선의의 패해자처럼 행동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수입확대수치목표의 제시를 요구하게 되기까지의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을 선의의 피해자라고만 간주할수 없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생산과 유통의 철저한 계열화,서비스센터에서의
자사부품사용의무등 경쟁제한적 국내규제가 수입자동차와 부품을
불공정하게 차별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지 않을경우 가져다줄 엄청난
파장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세계교역질서에 대한 악영향이다.

즉 WTO출범의 산파역을 담당한 미국 이 국내법에 의거한 일방적
무역보복조치를 취하게 될 경우 WTO의 위상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다자간체제의 약화와 배타적 지역주의의 확산으로 번져나가
세계교역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아태경제협력체(APEC)의 진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세계최대무역국이자 APEC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미국과
다가오는 오시카 APEC 정상회담의 주최국인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APEC의 비젼 달성은 물론 회원국간의 결속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셋째,당사국인 미국과 일본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다.

미국의 대일보복은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자동차시장의 폐쇄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할 뿐아니라 미국의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다 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구태의연한 대응은 최근 엔고하에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며 일본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실효성있는
개방도 수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미국과 일본은 국내 정치상황을 지나치게 고려한 자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국적"견지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선 그칠 줄 모르고 늘어나고 있는 미일간 무역불균형의 근본적
원인을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미일양국은 거시경제정책,환율정책,산업의 국제경쟁력,비관세장벽,경쟁정
책등 여러측면에서의 불균형 요인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재정적자의 감축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며 미통상법 301조와
같은 일방적 조치보다는 WTO와 같은 다자간 교역체제의 강화에 미통상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WTO와 APEC에서 미국의 디더쉽을 제고시킬 뿐아니라 배타적
지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여론은 미국의 일방적 보복조치를 눈앞에 둔 일본에 대해
동정심을 표명할 지는 모르겠으나 문제의 책임은 많은 부분 일본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경제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이 없다는 것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력에 걸맞는 수준으로 수입을 대폭 확대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세계경제성장에 기여함은 물론 일본국민의 복지향상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또한 세계거시경제 측면의 불균형을 완화시킴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궁극적으로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체제의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와 업계의 과감한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