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연은 계집을 흡족하게 여기고 흔쾌히 돈 백량을 뚜쟁이에게 주고는
며칠후 기별이 가거든 계집을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뚜쟁이를 임시로 빌려서 묵고있는 집으로 계집을 데리고 가 방안에
넣어두고는 자기 혼자 술을 마시러 주막으로 갔다.

백량이나 받았으니 기분이 좋아 어깨춤이 저절로 날 판이었다.

뚜쟁이가 주막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침 금릉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설씨댁 공자설반이 자기 똘만이들을 데리고 주막으로
들어섰다.

설반은 불량스럽기 그지없고 돈을 물쓰듯 하는 위인이었다.

뚜쟁이는 앞에서 설반이 노는 모습을 보고는 문득 한가지 꾀를 내었다.

다음날 뚜쟁이는 계집을 데리고 설반에게로 가 역시 백량을 받고
그에게 계집을 팔아버렸다.

설반은 그동안 여러 여자들을 상대해보았지만 뚜쟁이로부터 사들인
계집만큼 아리따운 여자는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서 계집의 몸을 시험해보니 여간 좋은 물건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계집은 그때까지 처녀로 있었기 때문에 설반의 마음을
더욱 흐뭇하게 하였다.

뚜쟁이가 비싼 값을 받고 팔아먹으려고 계집의 처녀성만은 건드리지
않았음에 틀림없었다.

계집은 처음으로 남자의 몸을 받아들일 때는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체념한듯 설반에게 몸을 맡기고 차츰 자기도
성에 눈을 떠가기 시작했다.

설반은 계집과 몸을 합하면서 다른 첩들에게서는 도저히 맛볼수 없는
쾌감이 꽉 옥죄인 사타구니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갔으므로 하룻밤에도
몇차례 교합을 시도하곤 하였다.

그렇게 사흘이 지난날밤, 설반이 또 계집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갑자기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가 어딘데 함부로 들어오느냐?"

"설반 공자를 만나야겠다. 공자가 어느방에 있는냐?"

웬 남자와 하인들이 옥신각신 다투는 소리였다.

설반이 누가 저러나 섶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런데 남색가로 소문이 나있는 풍연이 마당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풍연, 이 밤에 자네가 웬일인가?"

풍연이 설반에게로 한걸음 더 다가가 소리를 높였다.

"계집을 내놓으시오. 내가 먼저 백량을 내고 산 계집이란 말이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산 계집인데 그럼 뚜쟁이 놈이 자네에게도
팔고 나에게도 팔았단 말이야?"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