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이건 네 명줄이야. 이걸 이렇게 버리다니"

대부인이 당황해 하며 광패를 부리는 보옥을 두팔로 꼬옥 껴안아
제지하고 시녀들은 보옥이 내팽개친 옥구슬을 주우러 우르르
달려갔다.

보옥은 대부인의 품에 안겨서도 계속 칭얼거렸다.

"누나들도 이런 옥구슬을 가지고 있지 않고, 대옥누이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왜 하필 나만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게 명줄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벌써 목숨들이 끊어졌게요.

이건 명줄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부인은 보옥의 등을 두드려 주며 짐짓 거짓말을 하였다.

"아니다. 세상에서 특별한 사람들은 이런 귀한 옥구슬을 지니고
있단다.

대옥이도 원래는 네 것과 똑같은 옥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런데 대옥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때 대옥이와 이별하는 것이
몹시 마음 아파 저승으로 가면서 대옥이의 옥을 가지고 갔단다.

대옥이 어머니가 저 세상에서 그 옥을 보면 딸을 보는 것처럼
반갑지 않겠느냐"

대부인은 이런 식으로 보옥을 겨우 달래어 시녀가 주워가지고 온
옥구슬을 다시 보옥의 목걸이에 달아주었다.

대옥이 그런 소란중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있자, 대옥의 유모가
걱정이 되어 대부인에게 물었다.

"대옥 아씨를 어느 방으로 모실까요?"

대옥이 거처할 방이 어디냐고 묻고있는 것이었다.

"당분간 벽사방(푸른 망사로 만든 장막 같은 것으로 실내나 마당에
펴놓고 모기와 파리따위를 막음)에 있도록 하여라.

철이 지나면 다른 방을 손질하여 거기로 옮기도록 하고.

아참, 보옥이 너는 내 옆방으로 옮기려무나"

"할머니, 저는 벽사방 밖에 있는 마루방에서 자는게 좋겠어요.

할머니 옆방으로 가서 할머니를 귀찮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보옥은 대옥이와 될수 있으면 가까이 있고 싶어서 둘러댄 것이었다.

대부인은 할수없이 보옥의 말대로 해주었다.

그날밤, 보옥의 시녀 습인이 벽사방으로 놀러가서 대옥과 대옥의
시녀 앵가와 함께 보옥이 옥구슬을 가지고 난리를 피운 일에 대해서
수군거렸다.

"대옥아씨, 얼굴에 눈물자국이 있는것을 보니 속이 상해서 우셨군요.

하지만 오늘 일은 약과예요.

보옥 도련님은 앞으로 더 괴상망측한 일들을 벌릴거예요.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해요"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7일자).